경남도·도교육청, 5곳 지정, 학교·마을 상생사업 추진
학교 통폐합에 마을 타격, 존속·유지로 정책 변화
'효율성' - '인구 증가', 작은학교 사업 이견 존재

저출생, 인구감소, 고령화, 과소화, 지방소멸 등 숫자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에 진단은 '비효율', 대책은 '통폐합'이 처방되곤 합니다. 교육 현장도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진행하다, 폐교가 지방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자 최근 작은학교 살리기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60명 이하'로 설명되는 작은학교의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진단하고, 다양한 시각의 처방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작은학교는 '경상남도 작은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 기준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학교를 말한다.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2020년부터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이주와 정착을 지원해 마을과 작은학교의 상생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작은학교를 2곳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곳을 추가 선정했다. 하지만, 출발도 과정도 미래도 순탄하지만은 않은 사업이다. 작은학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도민은 물론 경남도의원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크다.

▲ 창의경영학교를 독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성군 대흥초등학교의 '숲 체험' 활동.  /경남도교육청
▲ 창의경영학교를 독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성군 대흥초등학교의 '숲 체험' 활동. /경남도교육청

◇작은초등학교 비율 31.1% = 2020년 기준, 총 959개 학교(초 505개·중 264개·고 190개) 중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학교 수는 22.84%(219개)다. 작은학교는 초·중학교에 집중돼 있는데, 특히 초등학교는 10곳 중 3곳(31.1%)이 해당한다.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이 추진되기까지 정책 변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공업화로 농어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고, 도시지역이라 하더라도 구도심의 공동화, 학생 수 감소(저출산)로 소규모학교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1982년부터 학교 통폐합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 주도로 '적정 규모 학교육성 정책'이 진행됐다.

'지역사회 소규모학교 살리기 정책 방향과 해결 과제'(한국콘텐츠학회·조금주) 등 연구를 보면, 적정규모 학교란 효율성(교육비)·적절성(교육과정 운영)·합리성(학교 운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규모를 뜻한다.

지난 30년간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은 기준과 주체가 일관성 없이 추진되며 여러 차례 변화한다.

1982년에는 학교당 학생 수 기준으로 180명, 1993년에는 100명, 2006년에는 60명 기준으로 낮아졌다가 2016년에는 면지역 60명 이하, 도시지역 300명 이하로 지역에 따라 상향됐다.

1999년 재정 지원이 시작된 해에는 971개 학교가 통폐합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도 속속 노출되기 시작했다. 농어촌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면서 △원거리 통학 학생 증가 △학생 돌봄 기능 약화 △폐교 지역의 공동화에 따른 지역 주민 갈등 등 문제가 불거지며 학교가 사라진 농어촌 사회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8년 기준, '면(面)'에 있는 초등학교 수는 전국 1552개 교로 면당 1.3개 남아 더는 학교를 줄일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폐교가 어느 정도 정리된 2000년대 초반 출생률 감소 현상과 맞물려 폐교가 지역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자, 관련 정책도 폐교보다는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됐다.

◇1680만 원 : 78만 원 = 소규모학교가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주장의 연구들이 다수 이뤄지면서, 통폐합 대상 학교를 선정하는 데 '학생 수'라는 계량적 기준보다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경남도의회는 2019년 12월 '작은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을 제정했고, 도와 교육청은 2020년부터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 재정과 인력 운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경제적 논리'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받을 권리라는 '교육적 논리'가 부딪치고 있다.

신용곤(국민의힘·창녕2) 도의원은 학교 통폐합 문제를 학부모 동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다. 신 의원은 지난해 4월 임시회 본회의 도정질문을 통해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재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초등학교 학생 1인당 예산액 차이를 제시하며, 학교 운영의 학생 수는 최소 150명(한 학년 25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학교기본운영비 기준을 보면, 초등학생 1인당 예산은 약 97만 3000원이다.

신 의원은 "교사 인건비와 학생당 경비로 학교 운영비를 단순 측정할 때 소규모학교일수록 학생 수 대비 운영비가 많이 든다. 창녕·합천 36개 학교를 비교해보니 학생 1인당 최고는 1680만 원, 최저는 78만 원으로 21.6배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규모학교 유지가 현실적으로 농어촌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 '1면 1교'라는 명분으로 학교 존치만을 주장하기보다 소규모학교를 유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과연 좋은지와 학습권·예산 효율성 등을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창의경영학교를 독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성군 대흥초등학교의 '북버스 프로그램' 활동.  /경남도교육청
▲ 창의경영학교를 독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성군 대흥초등학교의 '북버스 프로그램' 활동. /경남도교육청

◇1%에 거는 기대 = 빈지태(더불어민주당·함안2) 도의원은 '단 1명'의 학생이라도 학습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견해다. 빈 의원은 자율적이고 공동체적인 소규모학교 운영의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빈 의원은 "일방적인 학교 통폐합으로 학교 없는 마을이 생겨나고, 더는 사람을 불러들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학교는 학생만의 공간이 아니며, 사회 역시 지식보다 인성과 도덕성, 감수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서라도 특성화된 소규모 학교 운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 중 학령인구 부분을 살펴보면, 2020년 도내 초·중학교 학생은 28만 6000명이다. 2025년 26만 명, 2030년 19만 9000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면의 동전과 같이 장단점이 뚜렷한 어려운 숙제를 풀고자 전국적으로 작은학교를 놓고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는 단계다.

빈 의원은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2020년에 2개 학교가 선정돼 전체 대상 학교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를 받아들이면서 지역공동체와 공존하는 정책을 시도 중이며, 진단은 이르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인구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 학교 운영의 효율성 지적도 타당하지만,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방법을 찾아 학교와 지역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소규모학교 - 작은학교, 비슷하지만 뜻 다릅니다 = 소규모학교와 작은학교는 말뜻은 비슷하지만,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소규모학교'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에 따라 통폐합 대상이라는 의미가 있다. 적정규모 기준은 극소규모-과소규모-소규모-적정규모-대규모-과대규모로 나눌 수 있다. '작은학교' 개념은 지역의 여건에 따라 소규모학교 통폐합만이 능사가 아니고, 작지만 알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에서 생겨났다.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은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부작용에 주목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1993년 경기도 가평 두밀분교 폐교 반대 투쟁을 운동의 출발점으로 본다. 관련 조례에서는 작은학교를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학교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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