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관통해 온 시민의 공간
이달 개관 목표 소극장으로 탈바꿈
마산예총 "자생력 갖추도록 노력"
창원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 '초읽기'

100년 역사를 간직한 마산 시민극장이 다시 살아난다. 지역 예술인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때마침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도 3월 안에 판가름난다.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공간이 실제로 회복된다고 하니 예술인과 지역민들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창원시가 얼마나 근대건조물 보전에 힘쓰고 있는지, 시민극장이 어떤 역사성을 가진 곳인지 살펴봤다. 무엇보다 3월 말 개관을 앞둔 소극장 공사 현장 소식도 담았다.

▲ 지난달 25일 찾은 옛 마산 시민극장 외관. 지난해까지 롤러스케이트장으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소극장 만들기 공사가 한창이다. /박정연 기자
▲ 지난달 25일 찾은 옛 마산 시민극장 외관. 지난해까지 롤러스케이트장으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소극장 만들기 공사가 한창이다. /박정연 기자

◇창원시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 이달 결정 = 옛 마산 시민극장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가 3월 중순께 결정 난다. 창원시 문화예술과에 따르면 시민극장은 근대건조물심의위원회의 현장 실사를 앞두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제2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며, 시의원 2명, 교수, 건축가를 비롯한 외부 위원을 포함해 14명이다.

창원시 문화예술과 이유정 과장은 "지난 2월에 임기가 끝난 일부 위원도 있어 이른 시일에 위원 구성을 마무리해서 현장 실사를 나갈 예정이다"며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는 3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 현장 실사 이후 곧 결정 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에 제정한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근대건조물이란 19세기 개항기부터 건립된 지 50년이 지난 역사적·건축사적·산업적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말한다.

조례를 살펴보면 근대건조물 보전의 목표는 분명하다. 창원시 역사의 정체성 확립과 재조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예산 지원도 가능하다. 시장은 근대건조물의 보전·활용을 위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근대건조물을 매수하거나 소유자 등에게 수리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예산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창원시는 지난 2019년 8월 14일 근대문화유산 보존대책을 강화하고자 조례를 일부 개정했다. 근대건조물 개념 확대를 비롯해 시가 근대건조물을 사들일 수 있는 근거와 보조금 지원 범위도 명확하게 규정했다.

창원시 근대건조물 1호는 진해에 있는 '이충무공 동상'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은 임진왜란 360년이 되는 해인 1952년 4월 13일에 건립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대표적으로 1912년에 건립된 진해 '문화공간 흑백'도 창원시 근대건조물 4호로 지정된 곳이다. 유택렬 화백이 운영하던 다방은 1960~1970년대 전시관이 없던 시절에 진해 문화의 중심지이자 많은 시민이 클래식을 감상하는 음악관이었다. 마산 시민극장도 근대건조물 지정 여부에 따라 '보존'이라는 약속을 거쳐 영화관에서 연극 소극장으로 재탄생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 시민극장 지붕 가까이에 남아있는 돌간판. /마산예총
▲ 시민극장 지붕 가까이에 남아있는 돌간판. /마산예총
▲ 시민극장은 마산 창동 전성기에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지난 1995년 7월 폐관했다. /경남도민일보DB<br /><br /><br /><br />
▲ 시민극장은 마산 창동 전성기에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지난 1995년 7월 폐관했다. /경남도민일보DB

◇마산 시민극장 역사성 = 100년 역사를 지닌 시민극장. 정부 국책사업으로 지역의 향토문화를 발굴해 디지털 자료로 구축해 놓은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살펴보자.

시민극장은 일제 강점기 '근대 마산 시민의 토론장'이었다. 1908년 당시 시민 대의 기관인 마산 민의소(民義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건립되어 공회당이라 불렸다. 이후 1920년 마산지역 문화운동의 구심점이 된 마산구락부 회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특히 일본인에게 주인 자리를 빼앗겼다가 광복 이후 되찾아 '시민극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역사가 애잔하다. 부연하면 일제 강점기 1936년 마산 의원이던 혼다 쓰지코로우에게 매각돼 공락관(共樂館)이라는 극장으로 변모했고, 1945년 광복이 되자 박세봉 씨가 인수해 1946년 3월 29일 시민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어 영화를 상영했다.

시민극장은 1970~80년대 마산 창동 전성기를 상징하는 명소였다. 인근 코아양과와 함께 젊은이를 비롯한 시민들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시민극장은 1995년 7월 27일 <브레이브 하트> 상영을 마지막으로 폐관했다.

지난 2017년 전임 안상수 시장 때 마산 부흥 5대 전략 중 하나로 '옛 시민극장 복원'을 추진했으나 건물 매입이 좌절되면서 복합문화 공간 탄생 계획은 사라졌다. 이후 건물은 옷가게였다가 복고풍 영향으로 롤러스케이트장이 들어섰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장사를 접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성원 창원시의원은 "시민극장의 복원은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이라며 "소극장으로 재탄생하면 예술인의 창작 터전이자 시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 지난달 25일 찾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옛 마산시민극장 내부 모습. 3월 소극장 개관 준비를 앞두고 수리 중이다. /박정연 기자<br /><br /><br /><br />
▲ 지난달 25일 찾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옛 마산시민극장 내부 모습. 3월 소극장 개관 준비를 앞두고 수리 중이다. /박정연 기자

◇마산예총 소극장 공사 잰걸음 = 지난달 25일 찾은 시민극장 공사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마산예총은 3월 말 개관을 목표로 소극장 무대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산예총은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옛 시민극장 터가 아닌 옛 메가라인 마산점 지하에서 창동예술소극장을 위탁 운영한 바 있다. 지난 2009년에 개관한 소극장이었지만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가 심각해 지난해 12월 운영을 종료했다.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은 "간절한 마음이 통한 듯 새로운 터전에서 소극장을 운영할 기회가 생겼다"며 "옛 시민극장을 임차하는 조건으로 창원시가 예산 8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공사 인건비를 줄이고자 마산예총 회원들이 묵은 먼지를 마시며 기존 롤러스케이트장 설치물을 뜯어내고 있었다. 임대료 5500여 만 원, 음향·조명비 800만 원, 전기요금 1200만 원 정도 예산 수준이라 빠듯한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창원시가 지정하는 근대건조물로 지정되면 역사성을 간직한 공간으로 이름 알리며, 소극장 개관도 알릴 수 있다. 초기에는 공간 이름을 문화예술센터로 변경할 예정이었으나 시민극장이라는 이름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꿨다.

극작가인 정연규 마산예총 사무국장은 "개관 연극으로 어떤 작품을 올릴지 지역 극단들과 의견 나누는데 가슴이 벅차 올랐다"며 "시민극장의 부활을 꿈꾸며 자생력을 갖추도록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은 "공간을 제대로 꾸미기에 예산이 부족하지만 지역 예술인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윤 회장은 "소극장 부활만이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개관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