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랫동안 올림픽경기에 출전하는 외국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그들 중에는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아 왔다. 그리고 그들은 경기를 즐기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우리 선수들 중에는 금메달을 놓쳤다고 억울해하고, 심지어 상대 선수에게 축하 인사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많은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스포츠맨 정신에도 어긋나고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을 텐데 하는 걱정 때문이다. 사실 운동선수들은 이렇게 큰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고 자랑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나라의 학교 체육 정책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은 너무 어릴 때부터 특기자라는 이름으로 전문선수를 목표로 운동을 선택하고 있다.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지 않았으니 부상 등으로 진로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진국의 학생들은 주말이나 방과 후에 스포츠클럽에서 운동하고 적성이 확인되면 선수의 길을 선택한다. 이제 우리 학생들도 다양한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생활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나의 방안으로 외국의 대입제도에서 볼 수 있는 상급학교 진학에 스포츠클럽 이수학점을 반영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체격에 비해 체력이 약한 청소년들의 건강증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우리나라의 학교체육 특히 엘리트 체육에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특기자 제도와 프로선수를 희망하는 어린 선수들의 꿈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선수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의 숙제인 지도자 선택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전·입학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알면서도 자기에게 맞는 지도자를 찾아 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지도자 선택은 일반 학생들의 학교 선택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제도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체육특기자 선발위원회와 같은 기구에서 학생선수들의 전·입학을 심사하는 방법은 어떨까?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찾아오는 민원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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