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보호·묵은 갈등 해소 취지
서울 등 생계 수단 노점 합법화
창원시의회서 상생조례안 준비

코로나19 여파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뿐 아니라 노점상들의 생계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사람들 발길이 끊기면서 수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각종 민원에 따른 철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벼랑 끝 노점상 = 김명자(50)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경남은행 앞길에서 5년째 노점 영업을 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고구마를 굽거나 어묵을 데워 생계를 이어 왔다. 그도 코로나19 재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거리에 시민들이 자취를 감추자 재료값도 메우지 못하다 최근 거리 두기 단계가 내려가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최근 또다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구청에서 단속을 나와 노점을 철수해야 한다고 계고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조금 숨을 돌릴까 싶더니 날벼락이 떨어진 느낌"이라며 "노점에 쏟아지는 부정적 시선들을 잘 알지만, 이렇게 힘겨운 시기에 쫓아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의 생계수단으로 노점을 암묵적으로 허용해준 부분도 있었다"며 "우리도 한 명의 경제주체인데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제도권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군밤 노점을 운영하는 ㄱ(61) 씨도 4년 전부터 이 부근에서 아내와 함께 장사를 해 왔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생계를 이으려면 어떻게든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산합포구청 관계자는 "코로나로 다들 힘든 상황에서 임대료를 떠안고 손해를 보는 인근 상인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도로법상 금지행위를 근거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법 제75조는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허가 없이 도로 점용이 계속되면 과태료 처분, 나아가 행정대집행까지 가능하다.

▲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김명자 씨가 노점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김명자 씨가 노점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노점 허가제 = 불법 노점은 시장 바닥에 좌판을 깔고 음식재료를 팔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구에 포장마차를 차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자리 잡아 온 만큼, 인근 상인들과의 갈등도 해묵은 문제다. 가게를 차릴 만큼의 자본이 없고 최소한의 대출을 받을 형편도 안 돼 노점을 차리는 사람들과 조세정의를 주장하는 상인들의 민원 사이에서 행정당국도 난감한 처지다.

단속을 반복하는 일을 넘어 노점을 양성화하자는 대안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도로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노점 합법화 길이 일부 열리기도 했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주체에 '노점'이 포함된 것이다.

이후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전국 최초로 '거리가게 지침'을 만들면서 합법적 노점 운영 선례를 남겼다. 이후 수원시·부천시·대구시 등도 비슷한 조례로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창원시에서도 상생안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현재 '창원시 노점판매대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안'을 준비 중이다. 이 조례는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도로에 노점잠정허용구역을 지정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을 선정해 노점업을 허가하는 내용이다. 허가 받은 노점상은 관련법에 따라 도로점용료를 내야 하고, 노점의 형태 역시 거리의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조례가 마련한 기준에 맞춰야 한다.

문 시의원은 "앞으로 식품위생법, 세금관련법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지만, 당장 도로법상 위반사항을 없애 행정당국의 철거 등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례 부작용이나 우려를 최소화하려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어야 한다"며 "현재 입법자문 중이고 그 결과를 받아 정책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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