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1년 넘게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백신 접종은 그 시간을 끝낼 수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라면 두려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이곳에 있는 많은 동료를 믿고 가장 먼저 접종에 나서게 됐습니다"

26일 경남 도내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접종장소 중 하나인 창원희연요양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의료진·환자에게 접종을 시작했다.

김민태 창원희연요양병원 재활의학 전문의가 의료진 중에서 가장 먼저 접종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이산가족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거나,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물 흘리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눈에 어른거린다"며 "모두가 백신 접종에 참여해 다시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두 번째, 간호사 중에서는 첫 번째로 백신을 맞은 김은우 환자안전 전담간호사는 "10분 정도 지났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연구자가 검증을 통해 도입한 백신이고 병원에서 사전 교육도 충분히 이뤄져 걱정을 내려놨다"며 "이제 1차 접종일 뿐이지만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들의 심적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엿다.

그동안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었지만, 요양병원 의료진은 더 많은 것을 감수했다. 일주일에 2번 씩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일상생활에서도 감염위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고유빈 물리치료사는 "확진세가 심했을 때는 3개월 이상 퇴근 후 외출을 안 한 적도 있었다"며 "모두가 백신을 맞을 때까지 앞으로 조금이라고 생각하고 더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중인 김민태 창원희연요양병원 재활의학 전문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가장 힘들었을 환자 보호자들도 백신 접종과 함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권기희(57·도계동) 씨는 "남편이 오전에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아무 이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 문남주(64)를 10년 동안 병간호해왔지만, 지난 1년처럼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백신을 맞고 상황이 좋아지면, 예전처럼 얼굴도 보고, 손도 맞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접종장소를 2층 외래진료실에 마련했고, 대형 유리문을 통해 환자들이 있는 공간과 완전히 차단했다. 접종 공간은 대기공간·예진실 2곳·접종실 2곳·접종 후 대기공간으로 나누어졌다. 접종실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보관하기 위한 전용 냉장고가 보였다. 보관온도인 2~8℃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백신을 맞는 의료진과 65세 이하 환자들은 전날 미리 작성해 둔 예진표를 들고 예진실로 들어갔다. 예진 과정에서는 주로 음식물·기타 예방접종 알레르기·천식 등 호흡기 질환여부를 물었다.

접종실에 들어간 의료진들은 조금 긴장한 표정이었다. 주사를 놓던 이향희 창원희연요양병원 감염관리위원회 팀장은 "무서워요?"라고 웃으며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접종 자체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약 15분간 대기하며 몸에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했다.

희연요양병원 내과 전문의들이 동료에게 직접 백신을 접종했다.이향희 팀장은 "보통 예방접종은 1회분이 들어 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한 병에 10회분이 들었다"며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0.5㏄씩 접종하는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의료진은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2명을 제외한 전원이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 이 팀장은 "워낙 부정적인 보도가 많이 나가다 보니 걱정하는 인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의사들을 선두로 모두 긍정적으로 나서 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가장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 감염을 막고 있다 보니, 어떠한 책임감, 사명감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창원희연요양병원은 이날 오후 5시 30분까지 의료진·간병인 140명과 환자 20명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접종은 30분씩 14회차에 걸쳐 이뤄진다. 오는 3월 2일에는 나머지 의료진 114명과 환자 36명이 오후 4시까지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다. 1차 접종 후 남은 수량은 2차 접종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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