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조차 울게 하는 용서의 힘
인간 불완전함 생각해도 사형 폐지돼야

먼 나라 미국 이야기입니다. 1982년 첫 희생자가 발견된, 미국 역사상 희생자가 가장 많은 연쇄살인 사건 '그린리버 살인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밝혀진 것만 70여 명에 달했습니다.

그 당시는 DNA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여 해결되지 않았으나, 2001년 기술의 발달로 범인이 잡힙니다. 범인은 '게리 리언 리지웨이'였습니다. 겉모습은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범인은 사형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플리바겐'이라는 '선고 형량 에누리 제도'를 통해 사형을 면하는 조건으로 그간의 살인들을 자백했습니다.

결국 2003년 12월 18일 법정에 서게 된, 당시 53세의 범인에게 희생자 유가족들이 한마디씩 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범인을 저주하였습니다. 악마라고 부르며 지옥에 떨어지기를 바랐습니다. 당연한 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범인은 반성의 빛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무덤덤하게 일말의 후회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슬프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범인 리지웨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증오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당신은 제가 믿음을 지키고 사는 것을 힘들게 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신께서 말씀하신 그 믿음은 바로 용서하며 사는 것입니다. 당신은 용서받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게 내가 나의 하느님으로부터 배운 거예요"라며 그의 죄를 용서합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때까지 유가족들을 무시하던 리지웨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마도 사이코패스인 그가 어른이 되어 흘린 최초의 눈물일 것이라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조차도 눈물 흘리게 하는 용서의 힘을 생각해 봅니다. 내 가족을 죽인 살인마에 대한 진정한 용서가 가능할까? 쉽게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어 둘 수 있겠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 위원회 사형제도 폐지소위원회'에서 2020년 헌법재판소에 주교단 전원의 서명을 담은 '사형제도 위헌결정 호소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제도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나라가 142개국에 이르고,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사형제를 대신하는 강력한 처벌(감형 없는 종신형 등)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중대 범죄자를 우리 귀한 세금으로 먹이고 입히는 것은 화가 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사형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된(인혁당 재건 사건 등) 아픔을 기억하고, 대법원 판결이 끝났지만 재심을 통해서 무죄로 밝혀지는 사건이 있는 등 인간의 불완전함을 생각한다면 더욱 사형 제도는 폐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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