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지난해 지적 받고도 뒷짐만...경기도, 알권리 차원 행적 병기
시군·경찰서도 버젓이 소개...진주서·마산중부서는 지워

경남도가 친일행적이 드러난 초대 도지사를 여전히 관련 설명 없이 누리집에 게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문제가 지적됐던 도내 경찰서 12곳과 기초지방자치단체 6곳도 마찬가지였다. 

경남도 누리집은 '경남소개' 하위 항목으로 역대 도지사를 올려놨다. 이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물이 있다. 바로 김병규 초대 도지사다. <친일인명사전>은 조선총독부 관보·직원록 관찬사료, 신문·잡지자료 등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펴냈는데, 김병규의 친일 행적도 자세히 쓰여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동래은행 지배인·동래면장·경남 도평의회원·도회의원 등을 지냈다. 1928년 일제로부터 쇼와 천황 즉위 기념 대례기념장을 받았다. 중일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1938년에는 '조선인의 진로와 각오'라는 <매일신보> 설문에서 "황국신민으로서 자각과 신념을 가져야 하며, 생업보국에 전력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누리집에서 도지사 소개란 사진을 누르면 생년월일·재직기간·주요 경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병규의 친일 행적은 이곳에서 알 수 없다. 주요 경력에 동래산업조합장이라고 쓰여 있지만, 재직 시기가 일제강점기였다는 사실은 빠져 있다.

이처럼 누리집 역대 기관장 소개란에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인사들을 올린 곳은 경남도뿐만이 아니다.

도내 12개 경찰서(김해중부서·창녕서·밀양서·사천서·하동서·남해서·고성서·양산서·함안서·함양서·산청서·의령서) 역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역대 경찰서장들을 올려두고 있다. 이정용·곽두금·김맹철·김영석·박문기·김영진·박재원·권위상 등 8명이다. 특히 이정용은 일제강점기 통영경찰서 고등경찰 출신으로 독립운동가 체포가 주 업무였다.

창원시·진주시·산청군·창녕군·남해군·함안군 등 6개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대상 인물들은 1대 창녕군수 이항녕, 2대 마산부윤 김정희, 2대 산청군수 한봉섭, 1대 진양군수 황운성, 1대 남해군수 김정배, 1대 함안군수 안용대 등 6명이다.

이들 15명은 <친일인명사전>에 나온 약력과 각 누리집에 기록된 기관장 재임시기가 일치하는 인물들이다. 해방 이후에도 대한민국 경찰·단체장·고위공직자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이정용·박문기·박재원·곽두금·김맹철·이항녕·황운성 등 7명은 친일 행적에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이들을 누리집에 버젓이 올린 데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9년 12월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경남도청과 진주시청에 김병규·황운성의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해 도내 경찰서와 각 지자체 누리집에 올라 있는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사를 전수조사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경남경찰청은 홍보관에 걸린 역대 친일 경찰국장 명단을 없애고, 누리집에 있던 명단을 삭제했다. 마산중부경찰서는 소개란에서 친일 인사를 삭제했고, 진주경찰서는 소개란을 없앴다.

그러나 경남도를 비롯한 나머지 경찰서·지자체들은 문제제기 이후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와 관련, 비슷한 문제제기를 겪은 경기도 해법이 눈길을 끈다. 경기도는 지난해 1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역대 도지사 4명을 누리집에서 지우지 않고 친일 행적을 병기했다. 당시 경기도는 "역대 도지사 기록을 지우는 것은 일종의 사실 왜곡이고, 기록 삭제 없이 친일 행적을 병기하는 것이 친일잔재청산·도민 알권리에 도움이 된다는 도지사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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