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사건 당사자가 된 기자들
지역언론 존재 이유 찾아야 할 때

"친절해라. 네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플라톤) 편집국 책상 위 컴퓨터 옆에 이 문구를 적어 붙여놓은 지 1년이 넘은 것 같다. 그때 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했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하는 상대를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인상을 구기고 말투는 거칠어졌다.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른다고 뒤늦게 자책하며 우울한 시기였다.

세뇌 효과일까? 무심코 되새긴 이 문구 덕을 보는 것 같다. 업무 특성상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하루에 몇 통씩 각종 민원이나 제보 전화를 받는다. 최대한 친절하게 성의있게 응대한다. 평소 회의나 마감할 때 까칠한 태도를 보아온 동료는 이런 모습을 가끔 낯설어 한다.

돌이켜보면 현장에서 취재할 때 '기자 갑질'로 비칠만한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 최근 기자로서 태도를 다시 한 번 자성하게 한 사건들이 있었다. 협박하거나 협박당해 기삿거리가 된 기자들을 보면서다.

지난 16일 오영호 전 의령군수가 협박교사 등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전직 조직폭력배를 시켜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를 위협했다. 기사가 잘못됐다면 정정을 요구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무모한 시도를 했을까? 그 단초를 판결문에서 찾았다. 오 전 군수는 '기자 같지도 않으면서 비방 글을 쓰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의 잘잘못을 따져 묻기 전에 그 기자가 쓴 기사라서 악의적이라고 여긴 듯했다. 실제로 그 기자가 어떤 의도였는지 알 수 없으나 협박으로 입막음하려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그것은 범죄다.

지난 10일에는 또 다른 도내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와 기자가 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시군에 광고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불리한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언론사는 지자체에 다량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광고비를 주면 취하하는 방법으로 공무원들을 괴롭혔다. 업무에 지장 줄 정도의 정보공개 청구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참다못해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이 일은 표면화됐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런 식으로 받은 광고비가 지난 2년간 13개 지자체에 83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언론사는 부당한 취재 활동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공갈 협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이비언론 퇴출은 언론 신뢰 회복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사건에 연루된 언론사와 기자를 '사이비'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같은 업계에 몸담은 처지에서 이런 보도를 보면 맥빠진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재난은 지역언론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역언론이 민주주의 건강성 척도로 존재해야 한다는 걸 시민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 건강성 바탕에 친절을 깔아두려고 한다. 협박이라니 가당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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