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산업계는 질적 전환과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배제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동계가 나서서 사회적 협약 체결이나 관련 법 제정과 같은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23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토론회에서 나왔다.

경남지역 제조업에서 디지털화·자동화·전동화를 통한 산업 전환과 구조조정은 실제로 빨리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자 보호 방안은 상대적으로 늦게 마련되곤 한다. 노동시장에서 이미 진행이 되고 나서 뒤늦게 뭔가를 수선하고 보충하려는 지체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남도의 조선·자동차·기계·철강·전기전자와 같은 제조업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5년 기준 38만 1214명이었던 도내 제조업 노동자는 2020년 32만 5616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분명하게 보인다. 또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빚어진 경기불황이라는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휴업·(무급)휴직·교육 등과 같은 조치를 포함하는 고용유지 방식에 동의하여 왔다. 그렇지만 경제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은 산업 전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기존의 고용유지 방식이 아니라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남도 수준에서라도 정책이나 사업계획 수립에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먼저 금속노조는 산업 전환이나 구조조정이 개별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금속노조는 △고용안정·양질의 일자리 확보 △교육·훈련 △노동안전·인권보호 △기후위기 대응 △공정거래 등과 같은 사안을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 전환 협약'을 사업장 단위에서 체결하면 이후 사업장을 뛰어넘는 산업·업종·지역별 협의체의 구성도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경사노위 실험의 실패는 최저임금이라는 단순한 이유보다는 노동자가 개입할 여지의 부족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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