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역 역사 품은 휴식처
주민 애정 덕에 생태하천으로

작년 장마는 역대급이었다. 한 달도 넘게 쉼 없이 쏟아부었다. 그런데 고대하던 장마가 끝나고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엔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산호천 유량이 줄면서 모기가 득세할 조짐을 보인 것이다. 몇 해 전까지 깔따구 창궐로 고생한 경험도 있던 터였다. 주민자치회에서는 그 묘안으로 모기 유충을 무지막지하게 먹어치운다는 미꾸라지 1000여 마리를 구해다가 산호천에 풀었다. 그게 조금 영향을 미쳤는지 작년엔 산호천 해충 관련 민원이 전보다 많이 줄었다.

산호천에 대한 양덕2동 주민들의 관심은 유별나다. 하천변 보행로와 돌다리 설치, 교각 분수대 등과 같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또 주기적으로 하천 청소와 EM흙공 투입 활동을 하고, 하천변에 꽃동산을 조성하는가 하면 그도 모자라 하천 일원의 난간을 아예 꽃길로 만들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산호천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여전히 동네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고, 근래 생태하천이 조성되고 나서는 주민들의 더없는 휴식처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에는 물고기들이 산호천 마실길에 나선 주민들을 맞이하고, 겨울엔 왜가리와 물오리가 찾아와 살아 숨 쉬는 하천임을 느끼게 해준다. 인근에 사는 지인은 저녁마다 산호천을 걷는 게 즐겁다고 한다. 최근엔 빙판으로 변한 산호천에 썰매까지 등장하며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주민들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추억도 선사했다.

산호천과 관련한 관심은 옛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깔따구, 환경오염, 생태하천, 흙탕물, 대청소 등과 같은 환경관련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2005년에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가 수개월에 걸친 탐사를 거쳐 산호천의 생태현황을 담아 생태지도를 발간했다는 것이었다.

산호천은 천주산 서쪽의 안성 고개에서 발원해 합성동을 지나 양덕2동 중심부를 가로지른 뒤 산호동에서 삼호천과 합류해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여정을 거치는데, 이중 5곳을 지정해 동식물과 수질현황 조사결과를 토대로 산호천의 오염도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했다. 특히 상류인 제2금강산 계곡엔 도롱뇽과 다슬기 등 1급수 동식물이 살고 있지만 중류부터는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내려올수록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한편으론 몇 해 전 학생들이 주축이 돼 진행했던 생태모니터링 결과와도 비교가 됐다. 중류 물이 고인 곳엔 모기유충, 깔따구, 실지렁이가 관찰됐지만 어린 물고기도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확연한 개선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작년 말에 있은 '마산만 유입 하천 오염원 모니터링 보고회'에서는 산호천으로 유입하는 오수유입 지점이 줄면서 물이 많이 맑아졌다고 발표되기기도 했다. 그동안 하천살리기에 들어간 비용에 비해 회복은 느리게 느껴지지만, 작년 여름 산호천에서 물놀이하고 있던 아이들에게서 분명 희망도 보았다.

올해도 양덕2동 주민들은 산호천을 그냥 내버려두진 않을 모양새다. 주기적으로 하천 정화활동을 진행하고 다슬기, 미꾸라지 방류 등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아마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주민들은 산호천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면 발원지에 살고 있다는 도롱뇽 등도 내려오지 않을까. 그리 오래지 않아 더욱 희망적인 산호천 생태지도를 만들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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