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위치 모르면 경찰 도움 지연돼
추적하는 사이 피해 커질까 애타는 밤

#<보이스>. 우리말로 '목소리'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다.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하고 방송하였는데, 주로 강력계 형사 등의 활동이 대부분인 드라마나 영화들 속에서 유일하게 112 신고센터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 헤쳐나갔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사고로 눈을 다쳤지만, 이때부터 청각이 극도로 좋아져 전화기를 타고 들리는 모든 소리를 감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단서를 제공하여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입장에서는 폭주하는 신고 속에서 드라마처럼 하나의 사건이나 신고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하얀 밤을 보내며 수십, 수백 건의 다양한 신고를 접수하는 경찰관에게는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분명 마음으로 읽히는 교훈은 있다. "우리가 목숨 걸고 지킨 3분은 누군가의 인생이다!"

#술에 취한 112 신고.

"네, 112 신고센터입니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맞았다. 경찰이 빨리 와라." "네, 장소가 어디인가요?" "합성동인데 알아서 위치를 추적해서 오면 된다. 빨리 경찰 보내라." 짧은 대화이지만 누가 경찰이고 누가 신고하는 시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제부터 경남경찰청 112 신고센터와 창원 마산동부경찰서 합성지구대 경찰관들은 바빠진다. 이미 신고자가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작하지만, 영화 속 장면처럼 쉽게 찾을 수 없다. 기지국을 중심으로 찾아도 반경 100m 이상이니 지나가는 모든 시민에게 신고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고, 전화는 받지 않고 애꿎은 112에 계속 항의하는 신고자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간다. 그나마 위와 같이 누구에게 맞았다는 신고내용을 말해준 것은 고마울 정도다. 술에 취해 막무가내로 위치추적을 통해 경찰을 부르는 신고도 제법 있다. 시민의 비상벨인 112에 지속적으로 전화하여 자신의 슬픈 사연을 하소연하고 술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경찰을 찾는다. 같은 시간에 만약 정말 긴급한 신고가 있다면 낭패다. 지켜보거나 결과만을 아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건·사고의 경중을 쉽게 판단할 수 있으나 경찰이 필요하여 112를 찾는 시민에게는 모두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이다.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치안 상황에서 현장 경찰관들은 그저 별일 없이 이 밤이 지나가고 술에 취한 112 신고 때문에 선량한 시민의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신고의 생명은 장소.

17년 만에 다시 112 상황팀 근무를 시작했다. 설렘과 긴장감 속에서 첫 야간근무를 시작하고, 10년 가깝게 신고센터와 상황실 등을 경험한 베테랑 선배님은 내게 질문을 던진다. "신고할 때 내용과 장소 중 무엇이 중요할까?" 모두 중요하다는 대답도 정답일 수 있으나, 확실히 경험자는 다르다. "장소가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내용이 다급해도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1분, 1초가 긴급한 상황에서 장소 확인은 생명이다"라며 정답을 준다. 경찰의 처지에서는 신속한 도착을 위해 장소를 계속 질문할 수 있으나, 마음이 급한 시민은 닥친 상황보다 장소를 상세히 묻는 경찰이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아주겠는가? 최대한 시민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경찰관의 애타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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