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강의 내용 전달 어렵고 전화 소통 한계 느껴
감염병 전문가 투입·정부 차원 급식 지원 절실해

지난해 코로나19로 학교는 과거와 다른 환경에 놓였다. 학생과 교직원 등을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교육 의무를 다해야 했다. 여러 차례 개학을 연기했고, 등교수업도 제한했다. 늘어난 원격수업만큼, 학습 격차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 속 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에게 어떤 어려움을 안겼는지, 오는 3월 새 학기에는 지난해와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는지 등 그들의 목소리를 두 차례로 나눠 전한다. 지난 8일 손은경(김해 구봉초교)·김수정(창원 용원중 국어교사)·서영주(용원중 보건교사)·홍은주(용호초교 영양교사) 씨 4명을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업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어떠셨습니까?

"처음 만난 비대면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 원격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시작부터 플랫폼에 수업 내용을 담아야 했는데요. 우리가 선택한 게 맞는 것인지, 처음에는 사실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년 군별로 플랫폼을 다 따로 가져갔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년 특성에 따라 EBS, 네이버 밴드, e학습터 등으로 달리했던 게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각종 체험학습도 중요한데요.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다 무산되고, 체험학습이 거의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손은경)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 교육의 한계를 크게 느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경남도교육청이 초등학교 학생 수 20명 초과, 중학교 학생 수 25명 초과 학급은 공간을 분리해 2개 그룹으로 수업을 하라고 발표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학교 현장은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학급당 인원을 줄여서 수업하다 보니, 학생 13명을 데리고 수업을 했는데요. 수업시간에 수업, 평가, 피드백까지 가능했습니다. 수업 질 보장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학급당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수정)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부분이 특히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원격수업을 다들 처음 하는 것인데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니까 잠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학생들과 피드백이 어려웠는데요. 5·6학년 선생님은 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과제가 안 올라오면 내내 전화를 했죠. 저는 3·4학년을 담당했는데요. 원격수업에서 가장 부족한 게 소통입니다. 그걸 극복하고자 시간마다 토론 거리를 잡아두고, 모둠 채팅방에서 의견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손은경)

"원격수업을 하면서 교사들끼리 '콜센터'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눴습니다. 정해진 수업 시간표에 따라 담임교사는 아침에 학생을 깨워야 하고, 시간마다 학습을 진행하는지 확인해서 연락했습니다. 원격수업 대부분 비대면 강의식 수업이어서 질 높은 콘텐츠를 올리더라도 전달되는 부분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도 강의식 수업 한계를 보완하고자 모둠별 채팅방을 운영해서 토론식 수업을 했습니다." (김수정)

▲ 8일 오후 창원시 상산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선생님 4명이 코로나로 인한 학교 생활·수업 지도·보건·급식 문제의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8일 오후 창원시 상산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선생님 4명이 코로나로 인한 학교 생활·수업 지도·보건·급식 문제의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보건·영양교사들도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들이 부과됐죠?

"공문에 '코로나19'가 붙으면 모두 보건교사에게 업무가 부과됐습니다. 열화상 카메라 구입, 체온계 구입, 방역 인력 채용관리, 방역물품 구입관리, 학생들 발열 체크, 유증상자 관리 등이 다 보건교사 업무였습니다. 관리자 영역인 코로나 의심 증상 발견 시 복무 관리까지 맡았습니다. 학교마다 코로나 업무 때문에 보건 수업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교사가 아프면 학교에 못 나오게 하지만, 보건교사는 조금 아프면 나오라는 형편이었습니다. 학교마다 교육지원청에 코로나 업무 관련 질의를 했을 때, 일부 답변이 달라서 갈등이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아서 곤혹스러웠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염병 관리조직 등에 전문가를 더 투입해서 체계적·전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영주)

"급식 관리는 영양교사 혼자 하는 업무입니다. 여러 가지 업무가 늘었는데, 식재료 처리 방법 등 현실적인 지침이 교육당국 차원에서 전혀 내려오지 않아 영양교사들만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거리 두기 단계가 바뀔 때마다 당장 내일, 모레부터 등교 인원이 바뀌다 보니 급식을 준비할 최소한의 시간이 없어 처리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급식 재료 납품 업체와 협의할 시간이 부족해 업체 민원을 다 감당해야 했습니다. 또 급식소는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방역과 위생관리 두 가지 업무가 상충했습니다. 방역을 위해 거리 두기를 하고 시차배식을 했지만, 그러다 보니 배식 시간이 길어져서 급식 위생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거죠." (홍은주)

-대면 수업이 부족해지면서 학력 격차가 커진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십니까?

"코로나 국면에서 공교육 역할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학력 격차가 그대로 다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구성원들과 대면하는 관계 속에서 배워가는데, 지난해에는 그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학력 격차를 줄이려면, 대면 수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해서 교육 질을 높여야 합니다." (김수정)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 늘어난 것을 체감합니다. 예년에는 일상 수업을 따라오기 어려워하던 학생도 2학기 지나면 차츰 따라왔는데, 올해는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대면 학습과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관계 속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다모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손은경)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면 올해는 어떤 부분을 더 염두에 두고 새 학기를 맞아야 할까요?

"대부분 보건교사가 일시적 관찰실을 맡으면서 보건실에 상주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일상적인 보건 업무에 차질이 생깁니다. 실제로 한 학생이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보건교사가 일시적 관찰실에 있어서 정말 아찔했습니다. 의료인 보조 인력이 필요합니다. 또, 코로나 초반에 마스크·손 소독제 구입 등 예산이 지원됐는데요. 보건교사에게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지인 업체 등 물품을 구입하라는 압박도 컸다고 들었습니다. 교직원 청렴 교육도 강화돼야 합니다." (서영주)

"만남에서 배움이 시작됩니다. 지난해 제대로 만나지 못해서 한계가 많았습니다. 교사 처지에서 미안함, 갑갑함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교육 공동체가 안전한 등교수업 조건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교실당 학생 수 인원을 적정화해야 합니다. '아이톡톡' 등 플랫폼으로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데 많은 예산을 쏟는 것은 기본적인 학교 교육의 본질을 비켜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위한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교육 정책의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설정할지 교육당국은 깊이 고민하기 바랍니다." (김수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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