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갈등 매듭…새 작가팀 구성 내달 계획서 승인 신청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사업 참여자 재공모에 나선 경남지역 지자체 중 가장 늦게 팀 구성이 끝난 지역은 창녕이다. 전날(23일) 선정위원회를 열고 작가팀 구성을 마무리했다. 창녕에서 참여 작가가 새로 꾸려진 건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의 일이다.

군은 앞서 선정된 작가들과 갈등을 겪은 끝에 이들에 대한 사업 참여 기회를 박탈했다. 원점에서 사업을 다시 추진 중인 군은 사업기간을 4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연장신청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승인까지 나오면 창녕에서 추진되는 공공미술 사업은 오는 6월까지 진행된다.

◇"행정 기만당했다"며 작가팀 선정 취소한 창녕군 = 군이 처음 작가팀 구성을 마친 시점은 지난해 9월 1일이다. 당시 군은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공모기간을 거쳐 공공미술 사업에 참여할 작가들을 최종 선정했다. 참여 작가는 31명. 창녕 출신 15명과 마산 출신 16명이다. 이들은 높이 4m, 폭 3m짜리 따오기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을 창녕읍 교하리 젊음의 광장에 설치하는 계획 등을 수립해 관련 사업안을 군에 제출했는데, 1차 자문회의를 기점으로 군과 작가 간 갈등이 시작됐다. 사업안에 담긴 작품 내용 중 따오기 형태의 조형물이 대표작가가 지난 2017년에 만들었던 '학무'라는 이름의 개인 조형 작품을 옮겨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군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군은 창작물이 아니어서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작가 쪽에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작가 쪽에선 문제제기가 들어온 조형물의 내용 변경은 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안에서 조형물 주변에 세우기로 한 기둥 위에 따오기 문양을 얹는 식으로 내용을 일부 조정하는 안을 구두로 군에 전달했다.

창녕군청.
창녕군청.

전반적인 사업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고 갈등이 계속되자, 결국 공공미술 사업을 추진 중인 창녕군 도시건축과는 지난해 12월 21일 자로 앞서 결정했던 작가 31명의 선정을 백지화했다. 작가팀 선정을 전면 취소한 것이다. 창작물이 아닌 개인 작업으로 사업안을 내면서도 관련 사실을 대표작가가 군에 알리지 않았던 점과 완성작을 가져와 이번 사업에 사용하는 건 표절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변호사 자문을 얻은 점이 취소 이유였다. 창녕군 도시건축과는 "대표작가의 작품 '학무'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계약 당사자에게 아예 듣지 못했었다"며 "창작 작품을 만드는 사업에 대표작가의 완성작을 다시 만드는 건 부적합한 일"이라고 밝혔다.

작가 쪽에선 당장 반발이 나왔지만, 이의제기는 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선정 취소 통보를 받은 작가는 "경남도에 재심의를 신청하려다가 재밌을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하루 이틀 싸워서 끝날 일도 아니어서 이의제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이어 "내 작품을 재해석해서 따오기로 가져온 건데 그걸 표절이라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작품 표절을 거론하는 공무원이 있는 창녕에 작품을 내놓는 일은 앞으로 다신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작가팀 선정…작품 설치 4월께 진행될 듯 = 창녕은 처음부터 다시 공공미술 사업을 추진한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작가 재공모를 진행하고 같은 달 23일 참여자를 새로 선정했다. 참여 작가는 창녕 출신 21명과 대구 출신 1명 등 37명이다. 이전에 함께했던 작가 15명이 새로 꾸려진 작가팀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처음 공공미술 사업에 선정된 작가는 37명 중 22명이다.

창녕은 이들과 같이 이전 사업 대상지에 마늘과 양파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늦어도 3월 안에 사업계획서와 사업 실행계획서를 경남도에 제출한다는 게 군의 방침이다. 예정한 일정대로 안이 제출되고 승인까지 받는다면 작품 설치 작업은 4월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녕군 도시건축과는 "실행계획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 구성이 정확하게 끝나야 하는데, 참여 작가 명단이 아직 군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가 구성은 추후 변동될 수 있다"며 "작품 제작은 3월 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자문회의를 거쳐서 사업실행을 확정해서 6월까지 사업을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군에서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왔는데 업무 추진을 못한 것에 대해 군민께 송구한 마음이다"라며 "군민 뜻을 잘 반영해서 좋은 작품이 설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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