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후보로 현 군의원 공천
군수·도의원·군의원 공백 자초
"군민 안중에 없어"여론 들끓어

전직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는 4·7 의령군수 재선거가 의령 도의원에 이어 군의원 보궐선거까지 '도미노 선거'로 이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군민들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선거가 의령에서 벌어지게 됐다며 정치권,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에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의령군수 재선거에 출마하고자 도의원을 사퇴해 공석이 된 의령 도의원 보궐선거에 손태영 군의원을 후보자로 추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손 의원 사퇴 시기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년 넘게 의령군 다 선거구(정곡면, 지정면, 궁류면, 유곡면) 현역 의원 자리를 공석으로 두게돼 국민의힘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의원 보궐선거는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애초 국민의힘은 의령군수 재선거 원인제공자인 탓에 당에서조차 무공천이 거론되기도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강했지만, 의령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까닭에 무공천으로도 당선 가능성이 큰 이유도 작용했다. 하지만, 후보 난립을 막고자 공천을 결정했고, 현역 도의원이 군수 선거에 도전하고자 사퇴함에 따라 이미 도미노 선거는 예고됐다.

이와 관련, 군의원 보궐선거 동시 시행의 키를 쥔 손태영 군의원은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손 의원은 23일 "도당으로부터 후보자로 선출되긴 했지만 아직 중앙당으로부터 공천장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이번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맞다 아니다로 의견이 나뉘어 사퇴 시기와 관련해서는 아직 뭐라고 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밝혔다.

실제 국민의힘은 내달 4일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자와 함께 일괄 발표한다는 방침이어서 만약, 손 의원이 오는 28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올해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게 된다.

당연히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주민 시선은 달가울 리 없다.

한 주민은 "후보 공천은 정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군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군민을 두려워했으면 현역 의원을 공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도미노 선거로 이어지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직 군수가 불법을 저질러 치러지는 군수 재선거만으로도 의령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해당 정당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기는커녕 밑돌을 빼내 윗돌로 얹어 줄선거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공천과정에서 불협화음까지 빚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도미노 선거로 세금 낭비도 도마에 오른다. 도의원 보궐선거는 경남도가 경비를 부담하지만 군수와 군의원 선거는 의령군이 오롯이 고유경비를 부담해야 한다. 군은 일단 군수 재선거 비용으로 3억 2000만 원을 편성했다. 여기에다 군의원 선거까지 치르게 되면 1억 원 정도가 더 들 것으로 의령군선관위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군민은 동시에 여러 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면 후보자가 많은 만큼 군민 갈등과 반목이 커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오랫동안 지역 선거를 지켜봤던 한 퇴직 공무원은 "전임군수의 불미스러운 일로 치러지는 재선거가 판이 커지면서 동시선거가 돼버렸다"며 "제발 이번 선거만큼은 후보자 간 고소고발은 물론 지역 주민끼리도 편이 갈려 갈등을 빚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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