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에 기업 재편…구조조정 확대·노동자 고통
사업장 단위 노사협약 한계…정부 포함 협의체 구성 제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가 산업 전환·구조조정 확대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협약과 관련 법 제정 등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경남지역은 디지털화·자동화·전동화 등으로 산업 전환·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어 노동자 보호 방안 등 더욱 공고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23일 오후 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를 열었다.

◇산업전화 가속화 =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책부장은 제조업 현황을 바탕으로 산업 전환·구조조정 문제를 짚으며 대응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오늘날 도내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 산업 전환은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은 미래차 시장 확대 정책과 맞물려 가치사슬(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고자 원재료·노동력·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는 올해가 가치사슬 핵심 영역 구축을 일단락 짓는 단계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전자·조선·철강 등 다른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주요 철강사들은 수소 관련 사업이나 배터리 소재 사업 진출·투자를 확대하고, 조선산업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해상 풍력사업체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은 자동차 전장 부품·배터리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노동자 고통 가중 = 문제는 이러한 산업 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이 시행되며 노동자 고통이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도내 조선·자동차·기계·철강·전기전자 등 제조업 분야는 2015년 이후 노동자 수(고용보험 가입자 기준)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8만 1214명이었던 도내 제조업 노동자는 2016년 36만 3098명으로 줄더니, 2017년 33만 8728명, 2018년 33만 3597명, 2019년 33만 3902명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에는 32만 5616명으로 줄었다.

고용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올해 상반기 업종별 고용 전망을 보면, 조선·철강 등은 고용이 감소하거나 겨우 유지될 것으로 나왔다. 노동자 감소 상황 속 한순간에 거리에 내몰린 이들도 나왔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사천항공산단 내 항공기 동체 부품 표면 처리 업체인 지에이산업이 한 예로, 지난해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 선언 이후 노동자 6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선산업은 사양산업' 주장과 맞물린 산업전환 과정 속에서 대우조선은 헐값 매각·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2018년 9790명에 달하던 대우조선 노동자가 지난해 말 9030명으로 떨어진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상환 정책부장은 "이처럼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위기는 산업 변화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많은 사업장은 휴업·(무급)휴직·교육 등을 포함한 저강도 전략으로 이에 대응했다. 이는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 최소한의 안전대책이 유지됐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산업 전환 가속화가 이어진다면 저강도 전략은 다른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2, 3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대표적으로, 이는 곧 고용·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재의 산업전환 방향은 재벌체제 강화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 '구조조정 심화, 코로나19 위기 전가에 따른 노동의 위기 대응과 대안 토론회'가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 부장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경남도 정책과 사업계획에 정작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참가는 배제돼 있다고도 했다. 문 부장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스마트공장, 자동화 관련 각종 토론회에서 수없이 '진행 과정에 노동자와 조합 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오늘날 경남도 핵심 현안인 동남권메가시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스마트산단 구성 등을 노동자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전환 협약 = 문 부장은 산업 전환·구조조정 위기를 헤쳐가려면 근본적으로 사업장을 뛰어넘어 산업·업종·지역 차원의 중층적 개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안별로 나뉜 대책위를 하나로 묶어 자본과 지자체, 대정부 대상 투쟁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가 각 사업장과 공유 중인 '산업 전환 협약'을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고용안정·양질의 일자리 확보 △교육·훈련 △노동안전·인권보호 △기후위기 대응 △공정거래 등을 산업전환 시기 노사가 공동결정할 의제라고 명시한 협약은 현재 금속노조 각 사업장의 교섭 과제로 떠올랐다.

문 부장은 "협약은 산업전환 시기 미래 계획을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자본이 노동을 배제한 산업 전환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산업 전환 시기 노사가 공동결정할 미래 계획 의제와 방향은 사업장 조건에 따라 더 구체화하거나 내용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사업장 단위 공동결정만으로는 산업전환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사업장을 뛰어넘는 산업·업종·지역별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국회 등을 포함하는 산업·업종협의체 구성과 '산업 전환을 위한 공동결정법' 제정 노력도 덧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자 위기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 주제 발표와 도내 제조부문, 공공부문 투쟁 사업장 토론도 있었다.

지에이산업·한국공작기계·한국산연·한국지엠부품물류지회·한국지엠비정규직·대우조선해양보안분회·신대구부산 민자고속도로 톨게이트지회 등은 이러한 산업 전환·구조조정 위기 속 사업장 출근 선전전, 천막농성, 불법파견 소송, 특별교섭 추진, 부당해고 행정소송, 대주주 국민연금 압박 투쟁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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