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창원 북마산시장 인근 도로. 찻길과 맞닿은 어느 건물 주차장 입구의 기둥에 앙상한 고양이 한 마리가 바짝 붙어 누워있었다. 볕을 쬐는 중인지, 잠이 든 건지, 혹시 또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인지 몰라 길을 가다 말고 서서 쳐다봤다. 몇 분쯤 지났는데도 통 움직임이 없어 소리 내 불렀다. 야옹. 그제야 고양이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다. 야옹, 두어 번 더 불렀는데 고개만 살짝 방향을 바꿀 뿐 눈을 뜨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 말소리가 들려도, 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도 똑같았다. 고양이는 눈을 뜰 수 없는 상태였던 거다. 빛이 없는 그 세상에서 느릿한 움직임으로, 고단했었고 앞으로도 고단할 묘생을 보여주는 길고양이.

보통의 길고양이가 녹록지 않은 길 위의 생활을 한다. 먹을거리와 마실 물을 구하는 것조차 힘겨운데 사는 내내 각종 위험에 시달리고 다쳐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짧은 전쟁 같은 삶을 산다. 그냥 버티는 것도 위태로운 그 생명은 혐오에도 시달린다. 쓰레기를 뒤진다고, 시끄럽게 운다고, 눈빛이 재수 없다고, 조용한 발걸음이 섬뜩하다고, 인간은 길고양이를 향해 돌을 던지고 먹이에 독을 타고 화살을 쏘고 몸에 불을 붙이고 집어던진다. 폭력은 길고양이의 생존을 돕는 사람, 캣맘과 캣대디에게 옮겨가기도 한다.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는 모두 범죄다. 하지만 길고양이 학대범을 체포해서 조사하는 일은 정말 드물고 제대로 처벌하는 일은 더욱 보기 어렵다.

반려동물 친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지만 길고양이나 유기동물과 공존을 고민하는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 반려동물 친화만 하지 말고, 그냥 동물 친화하면 안 되나. 아니, 생명 공존 도시 선언은 어떤가. 반려동물도, 유기동물도, 야생동물도, 전시동물도, 농장동물도, 실험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지자체가 늘기를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