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핵심 임의조항 예타면제, 최종 판단 정부·대통령 몫으로
사전타당성조사·지리적 문제 등 나머지 절차도 상당 시간 필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일정 및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요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 등이 담긴 만큼 오는 26일 예정대로 국회 본회의를 넘으면 즉시 사업이 착수될 것처럼 보이나, 현 정부와 다음 정부의 태도,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 유사한 특별법을 요구하는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의 움직임, 가덕도에 대한 지리적·환경적 문제 제기와 환경부가 주도할 환경영향평가 등이 난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안의 핵심인 예타 면제부터 우선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예타 면제는 강제 조항이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공항 사업의 시급성 등을 따져 결정하도록 한 임의 조항으로서 사실상 최종 판단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쪽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가덕신공항 이슈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이 이끌어오고 그 책임까지 져왔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걸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국면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1년 남짓 임기가 남은 현 정권이, 그것도 다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예타 면제를 쉬이 결단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당장은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급하지만 대선은 전국을 아울러야 하는 판이다. 각 지역은 가덕신공항의 전례에 고무돼 그 못지않은 대형 개발사업 요구를 쏟아낼 테고, 대선주자와 정치권은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야권 유력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가덕신공항 추진에 반발하는 대구·경북 출신인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가덕신공항 이슈에 침묵 중이나, 유 전 의원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대형 국책사업을 예타도 없이 밀어붙이면 그 결과는 모두 미래 세대의 빚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대 난관인 예타만 넘으면 그 후 가덕신공항은 날개를 단 듯 속도가 붙을 게 분명하다. 부산시는 이 경우 착공 시점을 2024년 1월께로 예상한다.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예타가 면제된다고 가정하고, 사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제6차 공항개발기본계획 등의 준비에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며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전 완공을 위해 이 부분도 최대한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 부산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 부산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물론 부산시 의지대로 모든 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예타 외 나머지 절차도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중단시킬 수 있는 적잖은 강제력을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그간 국토교통부의 모호한 태도 등으로 '살아 있는 카드'로 평가됐던 김해공항 확장안은 특별법 제정으로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듯하지만, 예타 면제가 미루어지면 국토부가 준비 중인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별법안은 "국토부 장관이 가덕신공항의 위계 및 기능과 중복되는 내용이 없도록 제6차 공항종합계획을 수립한다"고 부칙에 명시해 김해신공항안의 재론 여지를 사실상 봉쇄했다.

예타 이후에는 사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안을 발의한 민주당과 여야 부산권 의원들은 애초 두 절차 모두 면제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했지만 지나친 특혜라는 논란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공항 입지로서 가덕도에 제기되는 문제는 주변 해상의 깊은 수심으로 인한 매립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과도한 비용, 외해에 인접해 태풍 및 해일 피해가 예상되는 점,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의 파괴와 조류 충돌 가능성 등이 꼽히고 있다.

김상환 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공항의 지반공학적 문제는 건설과정에서 시공, 건설 후 유지관리까지 연계돼 경제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며, 소홀히 할 경우 공항 운영에 치명적으로 경제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가덕도 인근 해상은 수심이 깊고 연약지반이 있지만 연약지반 아래 암반이 있어 공항 부지로 무리가 없다"며 "태풍 영향 등은 성토고(흙을 쌓아올린 높이)를 해수면보다 높여 사전에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부산시는 최근 가덕도 인근 철새 현황과 조류 충돌 위험저감 연구 용역을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조류 충돌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찾으려면 최소 1년 이상 사계절 모니터링이 필요해 국토부의 사전절차 기간을 단축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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