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내는 코로나19 확산 시기 즈음 아이를 낳아 1년을 집에서만 버텼다. 가볍게 산책하려다 가도 '혹시나' 해서 망설인다는 말에 적잖이 마음이 쓰였다. 돌을 앞둔 아이도 말은 못하지만 꽤 답답할 노릇이겠다. 이들에게 일상을 되돌려 줄 묘안을 고민하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를 떠올렸다. ASMR 콘텐츠는 청각을 중심으로 신경을 자극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도록 돕는다고 한다.

장황한 해설은 차치하고, 가만히 장작불을 보거나 파도 치는 바다를 보고 있자면 평온해진다. 그런 풍경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청명한 소리를 수집할 비디오 마이크도 샀겠다, 뒷산인 창원 천주산에 올랐다. 호기롭게 나섰건만, 기상 상황이 걸림돌이었다. 날이 풀려서 미세먼지가 잔뜩 낀 탓에 미리 그렸던 풍경을 담지 못했다.

내려오는 길에 약수터를 들러 흐르는 물줄기라도 찍을랬더니, 오가는 발길이 많아 틈이 나질 않았다. 그나마 5분가량 찍은 영상에는 "어디서 나오셨나?", "무얼 찍는 거냐?" 묻는 등산객 말이 그대로 담겨 살리는 데 실패했다.

좌절을 맛보고 다음 공간을 물색하던 차에 창원 가포수변공원을 추천받았다. 점심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렀는데 미세먼지도 없고 말 거는 이도 없어 운 좋게 마산만 풍경을 영상에 담았다. 편집을 하고 보니 화질이 다소 아쉬웠다. 4K 영상이 탐이 나 결국 재촬영을 감행했다. 그렇게 좌충우돌 내놓은 결과물이 '경남, 소리풍경'이다.

조회 수 욕심은 없다. 단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며 감내하고 있을, 세상을 지탱하는 작은 기둥들이 소소한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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