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후보들, 터무니없는 건축 공약
맘대로 짓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두 도시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서울시와 부산시. 인구 1000만의 수도 서울과 제1의 항구도시 부산의 시장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가 '선거 게임'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선거 게임'이라고 말한 건, 정해진 선거법에 따라 승부를 가르기 때문이지, 실제로 서울시와 부산시가 게임 세계라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서울시와 부산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무슨 시뮬레이션 게임 공략처럼 보인다.

먼저 부산을 보자. 여야 후보 모두 부산 가덕도에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기존에 있는 김해공항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아주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이다. 처음에는 김해공항을 증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랬더니 대구시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영남권 신공항'이라고 부르며, 밀양에 국제공항을 짓자고 나섰다. 그러자 부산시 지역의 의원들이 밀양에는 산이 많다며 가덕도를 매립해 공항을 짓자고 주장했다. 서로의 주장에는 누구라도 승복할 만한 합리성 따위는 없었다. 모두 아전인수의 말만 난무했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컨설팅 업체에 사업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는 김해공항을 증축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정치권은 누구도 승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신공항 건설 계획은 한동안 유보됐다. 그러다 느닷없이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튀어나왔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가덕도에 국제공항을 짓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니,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에는 또 한 개의 국제공항이 생길 판이다. 아마 전 세계에서 국토면적당 국제공항 개수는 우리나라가 제일 많을 것이다.

그나마 국제공항 건설은 양반이다. 여당에 질세라 야당에서는 한 술 더 떠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내놓았다. 바다 건너 일본과 해저 터널을 지어 연결하겠다는 거다. 말 그대로 실현이 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만들어지는 거다. 현재 야당의 정치인들 말고는 한일 해저터널의 타당성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산만 그런 게 아니다. 서울도 아주 가관이다. 여야 후보 할 것 없이 모두 아파트 수십만 채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아파트 지을 땅이 어디에 있느냐니까 어떤 후보는 강변도로 위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고, 어떤 후보는 한 술 더 떠서 아파트 층마다 식물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시를 21개 지역으로 구분 지어서, 구분마다 도시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춰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고도 한다.

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들 모두가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머리 뒤통수에 케이블을 꽂고, 가상 세계에서 사는 것이다.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아파트 한 채를 1분 안에도 짓는다. 마우스나 스크린 터치로 건설 메뉴에서 원하는 건물을 클릭하면 건물이 지어진다. 약간의 골드나 보석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뚝딱 하고 건물이 생긴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아파트 수십만 채를 지으려면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오랫동안 지루하게 클릭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와 부산시, 모두 전임 시장의 성추행 문제 때문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당선되면 잔여 임기 1년 동안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렇게 도시에 터무니없는 건축물을 마음대로 짓고 싶으면, 시장을 하지 말고 게임을 해라. 재미있는 게임을 여러 개 추천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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