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따뜻했던, '기록적인' 폭설, '유례없는' 장마….

유난스러운 소식마저 또 익숙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는 특정 기간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인이 매일같이 이상 기온을 몸소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 나부터라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시민에게 통컵(텀블러)은 필수품이다. 시대를 반영한다는 드라마(JTBC <런온>)에서도 여주인공이 늘 통컵을 손에 쥐고 있다.

기후 위기를 막는 일에 한 명의 통컵 사용은 스펀지에 찌른 바늘 자국만큼이나 표가 나지 않는 일이다. 통컵은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 인식과 실천을 상징한다. 통컵을 쥔 시민의 행동은 대부분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 활동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의식 수준과 실천에 나름 잘한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질 때가 잦다.

반면, 경남도와 경남도의회를 가까이 출입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도청 공무원들은 기후 위기 대응에 도통 관심이 없다.

점심때 도청이나 도의회, 주변 건물로 들어가는 이들이 손에 뭔가 쥐고 있다면 일회용컵이다. 도청과 도의회는 건물 내부에 카페가 있다. 개인 컵을 가져와 음료를 주문해도 될법한데 오히려 방문객들이 통컵을 내밀고, 오며 가며 만난 익숙한 얼굴의 공무원들은 카드만 내민다.

의회 내 높은 어르신들에게 공무원 일회용컵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영상을 만들어 '기후 위기 대응에 실천하고 앞서 가는 의회상'을 홍보하자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었다. 다들 "좋은 제안 검토해보겠다"고 답하더니 달라진 것은 없다. '검토해보겠다'는 것은 '가급적이면 안 하겠다'는 뜻이란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경남도는 '기후위기 비상 선언'을 했고, 도의회는 '기후위기 대응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칭찬받을 만한데, 대외적인 것만 신경 쓰지 말고 내부 단속도 바란다. 의식 높은 도민들이 도청과 도의회 주변을 오가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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