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범…마을 농로 안전시설 설치 등 지역 현안 다루며 대표기구로

거창군 북상면은 고제면과 함께 경남의 서북부 최북단이다. 함양군 육십령에서 고제면 대덕산까지 백두대간 18㎞ 구간을 끼고 있는 산악지대로, 덕유산국립공원과 월성계곡이 이곳의 명소다.

거창군 주민자치담당 정진주 주무관은 "거창읍 제외 11개 면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한 것은 북상면주민자치회의 영향이 컸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주민자치회를 시작했다는 외형뿐만 아니라 정말 실속을 갖춘 곳이 북상면주민자치회"라고 소개했다.

2013년에 전국 30여 개 읍면동이 주민자치회를 처음 출범시킬 때 북상면도 포함됐다. 이어 위천면과 마리면이 지난해 8월에, 나머지 8개 면이 올 1월에 전환했다. 도내 전체로는 305개 읍면동 중 88개가 전환한데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거창군의 높은 전환비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북상면주민자치회의 강점은 뭘까.

◇북상면주민자치회 강점은

지금까지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대표기구가 아니었다. 읍면동장 위탁을 받아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보조기구에 그쳤다. 그런데 어떻게 북상면 주민들은 주민자치회를 '주민대표기구'로 인정한다는 것일까. 임종호(65·은퇴 공무원) 회장에게 물었다.

"2014년 안심마을 사업을 할 때 주민자치회가 3~4년 된 목조건물 전선을 다 바꿨다. 전체 가구에 가스안전차단기를 설치하고, 경로당에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었다. 마을 농로에는 안전시설을 갖췄다. 주민자치회가 주민들 피부에 와닿는 사업을 하니까 대표기구로 인정을 하더라."

주민들 피부에 와닿은 사업은 또 있다. 올해 북상면주민자치회는 '마을버스 환승장'을 마련한다. 군비 5억 원을 들이는데, 지난해 주민총회 때 의결했다. 5억 원짜리 사업을 주민총회에서 의결했다? 다른 시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거창군 주민자치회 조례 제15조(주민총회) 2항에 '그밖에 지역현안 및 주민참여에 관한 사항으로서 주민자치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규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원시 관련 조례 제18조(주민총회) 2항에도 같은 규정이 있지만, 활용되지 못한다.

결국 북상면주민자치회가 주민 대표기구로 인정받는 이유는 지역의 현안사업을 실제로 주민자치회가 다루기 때문이다.

▲ 거창군 북상면주민자치회 임종호 회장이 덕유산국립공원을 낀 북상면 산지 아래 마을버스 환승장 터를 안내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 거창군 북상면주민자치회 임종호 회장이 덕유산국립공원을 낀 북상면 산지 아래 마을버스 환승장 터를 안내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주민대표기구 요건은 갖췄나

그러나 주민자치회가 실질적 주민대표기구가 되려면 요건이 있다. △행정 의존도가 낮아야 하고, △주민자치회가 상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사무실과 상근자가 있어야 한다. 또, △주민자치회 기초단위인 행정리·통 단위 마을사업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임종호 회장이 조목조목 설명했다.

"행정 의존도는 사업에 따라 다르다. 전문적 영역이면 주민자치회가 하기 어렵고, 보조금 사업은 행정이 전부 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보조금 사업은 아예 안 한다. 사실, 공모사업은 행정이 집행하는 것이 가장 선명하다. 주민자치회가 직접 하자는 위원도 있다.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사무실이나 상근자는 아직 없다. 거창군은 상근자 인건비 지급 근거가 조례에 있다. 현재 주민자치위원들이 상근할 수 있는 실정이 안 된다." 그의 말대로 거창군 조례 제21조(간사 등) 4항에는 '군수는 주민자치회 사무를 처리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실비 등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주민자치회 차원의 마을사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북상면은 12개 행정리이다. 면장이 5억~10억 마을사업비를 운영한다. 실제, 마을에는 자체 규약이 있고, 이장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현실적으로 주민자치회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전체 사업을 해야 한다."

이론이 어떻게 현장과 현실을 이길 수 있을까. 북상면주민자치회는 이렇게 현장과 현실 속에서 최대한 이론에 접근하고 있다. 임종호 회장과 표정숙 부회장, 임영신 사무국장과 운영위(위원장 정상조)·환경개발(정연욱)·주민소득(이곤섭) 등 3분과 위원장이 그 일을 이끈다.

◇거창군 주민자치회 대표 조항

제15조(주민총회) ②주민총회에서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의견한다. …4. 그밖에 지역현안 및 주민참여에 관한 사항으로서 주민자치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제21조(간사 등) ③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 사무를 처리할 자원봉사자를 둘 수 있다. ④군수는 3항에 따른 자원봉사자에게 실비 등을 지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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