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지 않는데 손님이 많고 탁자는 10개 이하인 횟집. 부산에서 가성비가 훌륭한 횟집을 찾는 요령이다. 마침 집 근처 걸어서 5분이면 닿는 곳에 그런 횟집이 있다. 설 전날 장인 제사를 앞두고 둘째 형님과 그 횟집에서 만났다. 탁자 여섯 개가 두 줄로 놓여 있고 가운데 탁자 두 개에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그나마 밀려드는 배달 주문이 빈자리에서 빠지는 셈을 얼추 맞출 듯했다. 종업원이 내민 명부에 들어온 시각과 이름, 사는 곳과 연락처를 적었다.

작은 형님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큰 형님 식구만 다섯 명이다. 아주머님과 조카 둘,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나서면서 네 명을 채웠다. 작은 형님이 집에서 나왔고 횟집으로 여동생 남편을 불러냈다. 큰 형님이 제사 시각에 맞춰 도착하면 조카 한 명과 아내가 각자 집으로 가고 작은 형님이 복귀해서 인원 제한을 맞춘다는 계산이다. 그 사이 두 시간 정도 소주 한잔하는 일정을 절묘하게 뽑아냈다.

한 칸 건너 옆자리에 한 가족이 들어와 앉는다. 할아버지, 아들, 손녀, 손자까지 네 명이다. 음식이 나오고 아이들이 회 몇 점을 짚는다 싶더니 아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매운탕이 나오자 손녀와 손자 두 명이 일어서면서 할아버지에게 인사한다. 이어서 아들 아내가 들어와 손자 자리에, 아들 동생이 들어와 손녀 자리에 앉는다. 할아버지와 아들 둘, 큰며느리까지 네 명이 인원 제한을 맞춘다.

온 가족 얼굴 한 번 보는 즐거움과 방역지침 지키기는 어설프게 절충했다. 이런 식으로 할 바에는 가족끼리 집합금지가 무슨 소용이냐며 주거니, 그래도 지금까지 모두 잘해서 이 정도 아니냐며 받거니 소주 네 병을 비웠다. 소주도 다섯 병 이하 집합금지냐며 한 병 더 시키려는데 종업원이 오후 9시 영업 마감을 알린다. 작은 형님은 집에 남은 세 명이 먹을 회를 따로 포장했다. 이틀 뒤 정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직계 가족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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