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차 운전자가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고 차를 갓길에 세운 채 그대로 내린 탓이다. 친구는 한참을 웃었단다. 차가 먼저 와서 부딪치고, 사람이 뛰어오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100% 뒤차의 과실이다. 친구가 웃을 수 있었던 이유도 책임이 없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는 도로 밖에서도 가끔씩 일어난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손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르다. 지난해 12월, 한 업자가 환경인증을 받지 않은 수입 중고이륜차를 시장에 유통한 사실이 방송에 나갔다. 최초 등록을 받아준 진주시·산청군 공무원이 실수로 서류를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불똥은 현 소유주들에게 튀었다. 지자체들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해당 이륜차 현 소유주들에게 직권말소통지서를 보낸 것이다. 소유주들은 억울하다. 최초 등록 이후에는 구매 과정에서 환경인증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들의 항의를 받은 지자체들은 직권말소 여부를 감사원 실태조사가 끝날 때까지 미루기로 했지만, 소유주들은 노심초사다.

창녕군에서도 공무원의 행정 착오로 시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었다. 공무원이 허가를 내줘 가게를 열었는데, 알고보니 영업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업주는 1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패소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공무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형체가 없는 지방정부를 대리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지방정부는 공무원의 행정착오로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정당한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도로에서 당연한 듯 적용되는 원칙이 지자체와 시민 사이에서 다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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