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사용량 감축 절실
석탄·핵발전소 폐쇄 세계 흐름
풍력·태양광 전환 더 속도 내야

지진도 무섭지만 원전은 더 무섭습니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떠올린 것은 핵발전소. 과거 쓰나미에 따른 핵발전소 피해 복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교실 6강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핵발전소는 석탄발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위험성과 사용 후 핵연료 처리라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환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죠. 내년이면 독일은 핵발전소 제로가 됩니다. 동시에 독일은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석탄발전소도 폐쇄해 0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세계 흐름을 보면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성이 보입니다.

◇기후위기 대응 속도감 있게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이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을 호소하는 가장 부드러운 표현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 시점에서 더욱 격한 어조로 말한다면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하라" 정도가 있겠다. 이는 경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꾸준히 정부와 기업을 향해 외치고 있는 말이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운동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의 공동 설립자도 "우리는 이 상황을 너무 늦게까지 방치했기 때문에 기적에 가까운 방법으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8년 출범한 XR는 이듬해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1000명이 넘게 체포됐다. XR 회원이자 11번 시위에 참석해 4번 체포된 82세의 필 킹스턴은 묻고 있다.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죄인지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죄인지.

"저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제가 잡혀갔을 때 옆에 있던 사진기자가 죄명이 뭐냐고 묻더군요. 저는 말했죠. 지구를 보호한 것. (저는 젊은 날) 보호관찰관으로 일했었죠. 준법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이 지구를 파괴하는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우리 노인들은 큰 사회적 힘이 있어요. 그걸 쓰고자 한다면요. 저는 오래 살았어요.(후략)"

◇석탄발전 조기 폐쇄 = 기후위기를 말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석탄발전 중단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는 현재 60기가 가동 중이며, 7기를 짓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제2의 4대 강 사업' 신규 석탄발전소 7기 건설은 온실가스 연간 5100만 t을 배출하는 규모다. 건설 비용은 17조 원에 이른다. 해당 보도는 금액 부풀리기 문제를 짚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 허가가 난 점을 파헤쳤다.

석탄발전도 수명이 있다. 한국에는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꽉 차는 석탄발전 30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공청회를 열고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2020~2034년)'을 공개한 바 있다.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따라 이들 30기를 폐쇄하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이 가운데 24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 발표에 LNG는 진정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며 임시방편이라는 비판부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배출이 적은 핵발전소 건설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이때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의 위험성 문제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언급하며 탈원전 정책 추진에 대한 정부 의지를 정확하게 밝혔다.

◇재생에너지 서둘러 확대 =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각광받는 재생에너지로는 풍력과 태양광이 있다. 대표적 사례로 호주 퀸즐랜드의 풍력발전인데 소나무 숲에 조성한 사업이 있다. 드넓은 숲에 226개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는데, 소나무 높이가 30m이고 발전기 높이가 130m에 이른다. 이를 놓고 숲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 내부에서조차 비판적인 시선을 갖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으로 지난해 호주 산불 피해를 떠올리면 기후위기로 나무가 타서 사라지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 정부는 해상풍력 세계 5대 강국을 목표로 녹색뉴딜 사업 중 하나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5일 전남 신안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48조 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신안 앞바다에 들어설 해상풍력단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보다 7배 큰 규모"라고 밝혔다. 발전량 수치로만 따져봐도 무려 8.2GW나 된다. 신형 핵발전소 6개를 짓는 수준에 해당한다. 쉽게 표현하면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정도의 전력량이다.

◇에너지 소비 줄이기 = 전력소비를 줄이지 않고는 탄소중립 즉, 탈탄소 사회를 향한 목표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에너데이터(Enerdata)를 통해 확인 가능한 세계 에너지 통계를 비교해 봐도 한국은 전력사용량이 상당한 나라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전기소비량은 1만 700㎾h 규모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 1만 1700㎾h와 맞먹는다. 한국과 인구 수가 비슷한 이탈리아의 1인당 전기소비량은 5000㎾h로 우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1인당 전기소비량이 한국이 과도하게 높아 보이지만 이는 단순히 인구 수로 나눈 수치라 시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왜냐면 가정용과 산업용 소비량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가정용 전기소비량(1200㎾h)이 일본(2200㎾h)의 2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용과 산업용을 합산하면 일본의 1인당 소비량은 7200㎾h로 한국(1만 700㎾h)보다 적어 상황이 역전된다. 가정용보다 산업용 전기소비량을 줄일 대대적인 조치가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독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전력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을 올리니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났다. 특히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7년 기준 한국 123원/㎾h보다 3배 비싼 371원/㎾h이다. 비싼 이유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한국은 2.5원 포함됐다면 독일은 87.6원이 포함돼 35배 더 많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또 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육식 줄이기 = 공장식 축산 문제는 일찍이 대두한 바 있다. 이는 가축을 위해서도 사람을 위해서도 축산 방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먹는 행위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다양성이 존중받듯이 음식문화에서도 다양성 논의는 지속해 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 보더라도 공장식 축산은 배출량이 18%에 달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자동차 등 수송 부문이 14%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공장식 축산이 더 높은 수치다. 탄소발자국을 육식 종류별로 비교하면 더 확연한데 닭고기·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최소 7배 이상 탄소배출량이 많다.

한국 음식 중에서는 설렁탕이 대표적으로 높은 수치로 비빔밥이 1이라고 하면 설렁탕은 10에 달한다. 식재료 생산이나 수송, 조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렇듯 음식마다 천차만별이다.

육식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1주일에 1번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거나, 대체육인 콩고기 등으로 대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 실천도 중요하지만 최근 군대에서도 채식 식단이 생겨났듯이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서 채식 식단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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