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유행곡 악보 판매
손님 부탁 LP 구해주기도
클래식 카세트테이프 눈길

이번에 소개할 창원지역 레코드점 2곳은 지난 2008·2009년 본보에 소개됐던 곳이다. 다행히(?) 두 곳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10여 년 전 기사 제목이 '사라져가는 추억을 팝니다'인데, 여전히 두 곳 모두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따뜻한 곳이다.

◇길벗레코드 = 허경아(60) 대표가 운영하는 길벗레코드는 1983년 문을 열었다. 음악이 손님의 길벗이 됐으면 하는 허 대표의 마음이 상호에 담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악보가 눈에 띈다. 과거 레코드점에서 한창 유행하던 곡의 악보를 사서 연습하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허 대표에 따르면 요즘은 출판사에서 악보를 판매하지 않는단다. 철 지난 유행가 악보, 빛바랜 표지를 보니 찾는 손님이 없는가보다.

▲ 길벗레코드 외관.  /김민지 기자
▲ 길벗레코드 외관. /김민지 기자
▲ 길벗레코드 안에서 음반을 고르는 손님.  /김민지 기자
▲ 길벗레코드 안에서 음반을 고르는 손님. /김민지 기자

이곳은 중고 CD와 LP를 판매하는 게 인상적이다. 중고 CD는 주로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의 것이다. 1993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타이틀곡 '하여가'가 수록된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유희열의 원맨 프로젝트 토이의 3집이 눈에 띈다. 특히 유희열의 경우 라디오 DJ 시절 목소리에 반해 좋아했는데 실제 얼굴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잡지에서 그의 별명이 '찌그러진 차인표'라고 해 빵 터졌다.

LP는 심수봉, 현철, 민해경,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영심, 신해철, 윤상 등 다양했다. 클래식 LP도 제법 있다. 만약 특정 LP가 없다면 주저없이 허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가 수소문을 해서 구해준다. 그래서 길벗레코드는 유독 단골손님이 많다.

▲ 길벗레코드 한편에 진열된 LP.  /김민지 기자
▲ 길벗레코드 한편에 진열된 LP. /김민지 기자
▲ 길벗레코드 주인의 반려묘 '코코'.  /김민지 기자
▲ 길벗레코드 주인의 반려묘 '코코'. /김민지 기자

"길을 지나가다가 '아직 레코드점이 있냐'며 오는 손님, 레코드점을 생전 처음 본다며 호기심에 문을 두드리는 10대 등 연령대는 다양하다. 특히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경남 일대에서 많이 온다. 손님이 원하는 음반을 최대한 구해서 드리고 오랫동안 레코드점을 하다보니 음악에 대해 두루 알아 손님 기분에 따라 특정 음반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길벗레코드는 친절한 주인장이 매력적이지만 고양이 '코코'도 만만찮다. 코코는 허 대표의 반려동물이다. 레코드점에 갔는데 고양이가 있어도 놀라지 마시라.

주소: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14.

◇동서레코드 =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건너편에 위치한 동서레코드. 이곳은 네이버카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에서 유명하다. 소장성, 희소성 있는 카세트테이프가 많아 마니아층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진열대에 빈 곳이 많았다. 사람들이 한바탕 쓸고 간 흔적이다. TV를 보던 김태용(68) 대표가 인기척이 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넨다. 경남 레코드점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고 하니 "마음껏 구경하라"며 "우리 가게가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며 은근슬쩍 자랑했다. 김해, 대구 등지서 찾아와 10여 만 원어치 사가는 손님도 있단다.

▲ 동서레코드 외관.   /김민지 기자
▲ 동서레코드 외관. /김민지 기자
▲ 동서레코드를 찾은 마니아 손님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대량 구매해 빈 자리가 많은 진열장.   /김민지 기자
▲ 동서레코드를 찾은 마니아 손님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대량 구매해 빈 자리가 많은 진열장. /김민지 기자

회사를 다니던 김 대표는 음악이 좋아서 레코드점을 차렸다. 벌써 40년 정도 됐다. 그에 따르면 동네마다 레코드점이 있을 당시, 그러니까 잘 나갈 때는 마산지역에만 44개 레코드점이 있었다. "예전엔 월급 타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레코드점으로 왔다. 당시 부의 상징은 전축이었는데 '인켈 샀다'며 자랑하며 음반을 사가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마니아층, 특히 30~40대가 많이 찾는다.

가게를 둘러보니 클래식과 팝 장르, 영화음악의 카세트테이프와 CD가 많았다. 라벨의 '볼레로', 슈베르트 '즉흥곡', 브람스의 '교향곡 3번' 등 클래식은 한 번도 카세트테이프로 들어본 적이 없어 LP, CD, 디지털 음원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 동서레코드에서 파는 클래식 카세트테이프.   /김민지 기자
▲ 동서레코드에서 파는 클래식 카세트테이프. /김민지 기자
▲ 2003년 발표돼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던 가수 박지윤의 노래 '할 줄 알어?'가 담긴 음반.   /김민지 기자
▲ 2003년 발표돼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던 가수 박지윤의 노래 '할 줄 알어?'가 담긴 음반. /김민지 기자

진열대를 구경하다 인상적인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다. 바로 가수 박지윤의 6집으로 '미성년 이용불가'가 찍혀있었다. 지난 2003년 '할 줄 알어?'를 발표한 박지윤은 당시 선정적인 가사로 해당 앨범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아 활동을 중단했다.

동서레코드 음반은 당시 판매됐던 가격 그대로다. 한 번 붙여진 딱지의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다.

주소: 창원시 마산합포구 합포로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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