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자리
탄소중립 기본방향 세웠지만 수치 등 구체적 기준 없어
기후위기 대응 강화 나선 경남도...정책 실현성 낮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기후정상회의를 열겠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존 케리 백악관 기후특사와 함께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는 어떤가요? 지난해 잇달아 기후위기 비상선언이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은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공동대표는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래는 박 대표의 다섯 번째 강연입니다. 지난 1월 첫 강연 때 안내했듯이 '기후위기교실'은 매주 한 차례씩 모두 6강까지 진행됩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못했지만, 강연 동영상은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고성군 하이면 영농형 태양광 단지. /한국남동발전
▲ 고성군 하이면 영농형 태양광 단지. /한국남동발전

◇구체적 수치 안 보이는 정책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국제연합(UN)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7억 900만 t)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5년 전 우리나라는 2030년 BAU(Business As Usual·배출전망치, 8억 5100만 t)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했다. 계산해보면 5년 전과 최근 제출한 목표가 5억 3600만 t가량으로 똑같다. 파리협정(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5년마다 제출하는 NDC는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함에도, 우리나라는 이를 위반했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5대 기본 방향'은 △깨끗하게 생산한 전기·수소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과 상용화 촉진 △순환경제(재활용·재사용 극대화) △산림·갯벌·습지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기능 강화다.

또 부문별 비전과 전략에는 석탄발전 감축 정책 강화·재생에너지 전환·그린수소산업 구축 등 다양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가 안 보여 갑갑하다.

다만 정부는 2020년부터 전체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2030년에는 전체면적 500㎡ 이상 민간 건축물까지 이를 확대하는데, 국내 대부분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같아진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건축물이 전체 탄소 배출량 7% 비중인 만큼 건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관련 제도를 확대하는 일은 중요하다.

경남도는 지난해 6월 5일 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후 올 1월 6일 김경수 도지사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주요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그런데 올해 경남도 예산을 살펴보면 수송·교통 분야가 6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서부경남KTX와 신공항 추진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일이다. 반면 환경보호 예산은 10%, 이 중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예산은 2.1%에 불과하다. 예산이 없으면 기후위기 대응 정책도 현실성이 없다. 여야 정치인 모두 유권자 표를 얻으려고 눈에 보이는 일, 토건주의에 빠져 있다.

▲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시설. /한화큐셀
▲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시설. /한화큐셀

◇기후악당 국가가 된 까닭

민간 기후정책 분석기관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2016년 우리나라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 5.8t에서 2016년 12.1t으로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였고, 석탄발전소 수출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진단됐다.

또 지난해 12월 7일 유럽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를 발표했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 비중 90%를 차지하는 61개국이 2015년부터 매년 심사대에 오르고 있다. 파리협정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평가 항목은 온실가스 배출(40%), 재생에너지(20%), 에너지 사용(20%), 기후변화 정책(20%)이다.

▲ 지난해 12월 7일 유럽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53위로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br /><br /> /기후변화대응지수 누리집(ccpi.org) 갈무리
▲ 지난해 12월 7일 유럽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53위로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후변화대응지수 누리집(ccpi.org) 갈무리

우리나라는 기존 58위에서 53위로 올라섰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 목표, 국회 기후위기 비상선언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3t으로 세계 4위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세계 7위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0%에 한참 못 미친다. 기후변화 관련 정책 목표를 과거 박근혜 정권에서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만 ㎾h로 춥고 습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영국의 2배 수준이다.

반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목축산업 등으로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되던 뉴질랜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기후변화위원회 설립, 메탄 배출량 24~27% 감축 계획 등에 힘입어 28위까지 올라갔다. 캐나다는 원유, 정제유, 가스 등 주요 수출국이다. 화석연료 수출이 많고 1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많아 55위에서 58위까지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지수에서 1~3위 국가는 아직 없다. 만족할 만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펴는 나라가 없다는 뜻이다. 4위는 스웨덴이다.

 

 

재생에너지 태양광 둘러싼 오해와 진실

계속 전기를 쓰려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서둘러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의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를 깎아내리는 9가지 거짓뉴스가 있다.

①국토 잠식? = 건물 옥상과 외벽, 주차장, 도로변, 수상, 철로변, 방음벽, 자전거도로, 축사 지붕 등이 태양광 설치 장소다. 농사와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도 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공장 위는 텅텅 비어 있는데, 기업에 지원을 해서라도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②산림 훼손? = 산지 태양광이 설치된 전국 1만 2721곳 중 12곳에서 산사태가 났다. 0.09% 비율이고, 토사 유출 수준이었다. 부실 공사와 관리가 문제다.

③빛 반사? = 반사율을 말하는 알베도(Albedo)가 태양광 모듈은 5%다. 흰색 페인트가 70%다. 태양광 발전은 빛이 반사되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모듈에는 빛 반사를 최소화하는 ARC(Anti-Reflective Coated Glass·Cell) 표면처리기술이 적용되고, 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④전자파? = 태양광 패널 인버터에서 전자파가 나오긴 한다. 국립전파연구원 측정 자료를 보면 전기오븐 56.41mG(밀리가우스·전자파 단위), 전자레인지 29.21mG였던 반면 태양광 인버터는 7.6mG에 불과했다.

거창군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 /경남도
거창군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 /경남도

⑤중금속 범벅?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분석했다. 태양광 패널은 유리 76%, 폴리머 10%, 알루미늄 8%, 실리콘 5%, 구리 1%로 구성됐다.

⑥수질오염? = 수상 태양광으로 수질오염과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합천호에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4회 조사한 내용이 있다. 녹조는 완화됐고, 수질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태양광 시설은 저수지나 댐 수면 7% 이내로 설치된다.

⑦폐기물 처리? = 패널을 구성하는 유리나 알루미늄 모두 100% 재활용할 수 있다. 충북 진천에 태양광재활용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⑧비싸다? = 아랍에미리트(UAE)에 지어진 800㎿급 알막툼 태양광 발전은 발전단가가 ㎾h당 3센트(30원)라고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은 단가가 60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화석연료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을 말하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하는 나라는 점점 늘고 있다.

⑨간헐성? = 태양광 발전은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고 보는 것도 잘못된 시각이다. 호주는 2019년 11월 7일 오전 11시 50분 재생에너지만으로 국가 전체 전력 51%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옥상 태양광 23.7%, 풍력 15.7%, 대규모 태양광 8.8%, 수력1.9% 등이었다. 2030년에는 100%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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