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이라면 몰라도 평일 저녁 창원 성산구에 살면서 일하는 사람이 퇴근길에 마산합포구로 넘어와서 지인들과 밥 약속, 술 약속을 잡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마산합포구나 회원구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이도 성산구나 의창구, 진해구에서 평일 저녁 약속을 잡으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퇴근길 교통체증은 기본이고, 몇만 원에 이르는 택시비, 혹은 대리운전 비용을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2010년 7월 정부 정책에 따라 창원·마산·진해가 통합했음에도 통합의 효과는 '교통의 벽' 앞에서 막힌다.

코로나19로 예전 같진 않지만, 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다르다. 평일 저녁 서울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으며 무시로 "○○역 ×번 출구에서 만나자"고 한다. 완전 부럽다.

결국, 창원시의 진정한 통합은 5개 구에 사는 시민이 평일 저녁 일을 마치고 다른 구에 있는 약속 장소까지 큰 힘 들이지 않고, 제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다소 먼 나라, 거창한 이야기지만, 역사가들은 영국 식민지 상태에 있던 미국을 가장 확실하고도 빠르게, 간단하게 하나로 통합한 건 철도였다고 평가한다. 어떤 조약이나 선언문, 전쟁이 아니었다는 거다.

창원시 안전건설교통국이 지난 1월 26일 올해 시정 역점시책 집중 서면 브리핑을 했다. 도시철도(수소트램) 3개 노선과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을 진해구까지 연장하는 광역철도 1개 노선을 앞으로 10년 동안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계획을 경남도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복지 관점, 도시 통합의 관점에서 도시철도를 반드시 깔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많은 세금을 들였음에도 탈 사람이 없으면 깔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도시철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창원 도시철도는 계획 수립부터 개통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중·장기 사업이다. 시간 많이 남았다 생각 말고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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