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사지으며 생명력에 새삼 감동
삶에 용기 주는 작품도 개봉 기다려져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미나리>가 연일 호평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3월쯤에나 개봉한다하고 대충 줄거리는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을 뿐인데 한 몇 주 전부터 호기심이 일었던 것은 주력으로 짓고 있는 것이 미나리 농사이기 때문이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이민 간 가족들이 아무데나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손자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줄거리라고 한다. 주목할 것은 조연으로 출연한 윤여정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력이다. 배우는 우리네 할머니처럼 묵묵히 미국사회에서 뿌리내리기를 하는 가족들을 돌보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미나리 씨앗을 뿌려 가꾸는 모습은 그 상징일 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미나리를 좋아한다. 하필 하고많을 제목을 미나리라고 정한 것부터 지극히 한국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식문화에서 특기할만한 것이 탕문화일 것인데 이 탕에 미나리가 곧잘 쓰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마치 봄의 전령사처럼 수채 끝이나 웅덩이 한 구석 얼음이 녹자마자 파란 싹을 돋아내어 꼿꼿한 줄기를 뽑아 올려 겨우내 시든 심신을 보해주고 잃었던 입맛을 살려준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향기와 아삭한 식감은 절로 입맛을 돋우는 것이다. 신화로 갇혀있는 우리 역사 속의 쑥과 마늘만은 못해도 이만하면 우리네 민족의 끈질긴 역사와 함께 해 온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미나리이지만 돈으로 만들려니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올해로 삼 년째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어떤 농사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딱 손이 가는 만큼 자라주는 것 같다.

종근을 뿌리고 나면 같이 자라는 풀과의 한 판 겨룸을 해야 한다. 웬 풀은 그렇게 많이 나며 자라기는 또 얼마나 잘 자라는지 빠짐없이 맸다 싶어 돌아보면 또 올라온다. <잡초는 없다>는 책 제목처럼 같이 길러도 될 성 싶지만 풀이 무성하면 미나리가 맥을 못춘다. 그러니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미나리의 주인공들처럼 미나리는 엄청나게 생명력이 질기다. 현실이 뜨겁게 가슴을 치는 어떤 때는 유행가처럼 스스로 이름모를 잡초이거니 싶어 뽑던 손아귀에 힘이 빠질 때도 있지만 땅이 꽁꽁 얼어붙어 있어도 죽지않고 살아 남아서 기어이 싹을 내민다. 신기한 것이 겨울이 추울수록 대궁이가 실하게 올라온다.

이러니 일에 지쳐 돌아섰다가도 다시 잡초를 뽑아 주는 것이고 나름대로 개똥철학도 생기는 것이다.

잡초와 작물의 차이는 농부의 선택일 뿐이다. 뽑다보면 몸에 좋다는 풀들도 많다. 그것에 미움이 있을 턱이 없다. 잡초같은 인생이 잡초를 뽑다보니 촌부들의 말처럼 풀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데 잡초의 생명력이야말로 본 받을 만하다 여겨지는 것이다.

지난겨울은 유독 추웠다. 좀 일찍 수확할 기대로 남보다 물대기를 먼저 했지만 음지에 자리잡은 탓도 있어 아직은 기대만큼 자라지 못했다. 그래도 손 간 보람은 있고 추워야 대궁이를 내미는 속성도 아는 터라 첫해처럼 화닥거리지는 않는다.

영화 <미나리>는 잡초의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기록일 수도 있겠다 싶다. 국내 개봉이 3월께라니 그때는 마침 미나리 수확이 한창일 때이다.

코로나19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다음이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영화 <미나리>는 시름겨운 모든 사람에게 삶의 용기를 줄 것이다. 영화 미나리를 보고 나와 미나리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면서 봄을 맞는다면 우리 스스로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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