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을 둘러싼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불리한 판세에서 시작한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이 요동친다고 주장하나, 실제 그러한지는 불확실하다.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한일해저터널, "부산시민이 한심하다"는 민주당 측의 실언, 국민의힘 측이 천기누설한(?) 불법 돈선거 논란, 그리고 이번 보선을 유발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민주당 '원죄론'까지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덕신공항에 명운을 걸다시피 한 민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은 1일 지도부가 부산을 찾아 '가덕신공항 적극 지지 선언'까지 했지만 민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계속 반대하면 보선에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한편, 국민의힘 내 지역 간 갈등을 더욱더 증폭하는 데 힘썼다.  

김영춘(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측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에 와서 '나홀로' 가덕신공항 지지 선언을 했다"며 "국민의힘 후보들은 주호영(대구 수성 갑) 원내대표의 찬성 선언을 이끌어내 스스로 정치력을 증명하라. 당내 의견수렴마저 이끌어내지 못하면 야당 시장으로서 1년 동안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겠나"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1일 부산에서 꺼내든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공방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한일해저터널은 일본의 대륙진출 야망을 채워주고 일본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력을 얻지 못한 친일적 의제"라고 비판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찬성한 의제로, 구한말 쇄국정책을 방불케 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폐쇄적인 반응"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혼전 속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가덕신공항을 공세적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으로 일단 보인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에서 경남·부산·울산 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등 판세 변화가 주목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표본 수가 적은 조사인 데다, 다른 대다수 여론조사는 여전히 국민의힘 우세로 나타나 큰 의미 부여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가령 부산일보·YTN과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1일 진행한 부산시장 보선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형준(국민의힘) 후보가 28.0%를 얻어 15.3%에 그친 김영춘 후보를 따돌리며 적합도 1위를 고수했고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박 후보(42.5%)가 김 후보(28%)를 10%p 이상 큰 격차로 꺾었다.

이는 역시 양자 가상대결에서 박 후보 43.1%, 김 후보 26.7%로 나타난 지난달 17~18일 폴리뉴스·한길리서치 조사와 거의 동일한 수치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이번 선거의 의미 및 구도 자체가 여권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부산일보·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6%가 '정부·여당 심판론(야당 지지)'에 힘을 실었고 '안정적 국정운영론(여당 지지)'에 공감한 응답자는 37.4%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등으로 경제·민생 사정이 악화되고 코로나 백신 도입 실기론, 법무부-검찰 갈등, 국회에서 민주당의 독주가 부각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및 여당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해온 상황이 그대로 보선 표심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권은 가덕신공항 이슈가 결국 판세를 뒤엎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나 이조차도 불분명하다. 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덕신공항 추진'(19%)보다 '일자리 창출'(32.1%)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20.4%)를 차기 부산시장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역현안으로 꼽은 까닭이다.   

더구나 이번 부산시장 보선은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및 그에 따른 자진사퇴로 치러지는 선거다.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재호(국회의원) 부산시당위원장이 "부산 분들은 조중동 등을 너무 많이 봐서 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실언한 것도 부산시민이 좋게 봤을 리 없다. 

인용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