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쨍쨍한 햇빛을 보려나.' 지난해 이런 마음으로 장마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최장 장마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뇌리에 박힌 '역대 최장 장마'였는데,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근 발간한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남부지방은 역대 1위 장마가 아니었다.

중부지방(54일)과 제주도(49일)에서는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지만, 남부지방은 38일로 역대 10위였다. 남부지방 역대 1위 장마 기간은 2013년 46일이다. 물론 지난해 남부지방 장마가 평년(32일)보다 길었고, 강수일수(23.7일)와 평균 강수량(573.1㎜)도 평년(17.1일·348.6㎜)보다 길고 많기는 했다.

그런데 날씨 보도가 중부지방 중심이고 수도권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 수도권 중심의 날씨 보도는 이미 수차례 비판대에 올랐다. 2019년 9월 태풍 링링과 타파를 대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태도는 대표적인 예다. 수도권에 큰 영향을 미친 링링은 뉴스특보 횟수부터 월등히 많았으나 영호남을 강타한 타파는 단신 처리하는 등 재난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지역민 사이에서는 '#서울공화국'이 퍼져 나갔다.

날씨 뉴스에서 최저·최고 기온을 설명할 때 서울은 대체로 가장 먼저 언급된다. 특정 지역은 드물게 기온이 너무 낮거나 높을 때, 이상 기상 현상을 보일 때 주목받는다. 경남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창원 등 대도시 중심으로 날씨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를 어떤 동네에서부터 설명하면 어떨까. 소외된 지역을 배려하며 그곳에 사는 주민의 목소리부터 듣는 새로운 날씨 보도는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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