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저승사자도 일절 얼씬도 못하게 했겠거니 싶은 코로나19 '역마대왕(疫魔大王)'의 절대적 군림은 유교의 상례(喪禮)까지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버렸습니다. 그 상황을 한 신문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비닐에 싸여 화장터로…/지켜주지 못하는 '마지막 존엄'/사망자 '선 화장 후 장례' 지침/가족에게 평생 고통으로 남아>!

흔히들 한 줄의 부음에서 역사를 읽는다고 합니다. 매우 역설적이지만 인간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은 바로 죽음입니다. 하지만 그 부음 '한 줄'에도 못 낀 망자도 있습니다. 김승희 시인의 시 <한국식 죽음> 좀 볼까요. '김금동씨(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김금수씨(새한일보 정치부 차장) 부친상'으로 시작된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습니다. '그래서 누가 죽었다고?' 한데 코로나19 사망자의 경우 그런 어불성설 부고의 복(福)조차도 없습니다. 오호라, '장례 없는 영별'!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족을 보낸 '코로나 유족'

눈물은 내려가도 밥숟갈은

체면도 없이 올라가는 일

그 슬픔

입 안에서 씹힐 때

억장 무너짐은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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