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 연설서 공식화
맞춤형·전국민 지원 함께 검토
재정 부담·코로나 대유행 난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비상한 위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경기가 금방 나아지지는 못한다"며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고 경기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 적절한 단계에서 야당과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과 기획재정부가 우려하는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채무 증가가 전례 없이 가파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재정은 상대적으로 튼튼하다. 작년 재정 적자는 주요 42개국에서 가장 낮은 편이었다"고 과잉반응을 경계했다.

이어 "국제기구들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권고한다"며 "나라 곳간을 적절히 풀어야 할 때가 있다. 풀 때는 풀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 국민의 위태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예고된 선언이었다. 이낙연 대표와 대권을 다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도민 2차 재난기본소득'을,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제'를 띄우며 각자 존재감 경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과 고통을 나누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힘을 실었다.

▲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하는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하는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야권은 예의 4월 재·보궐선거와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 연설 직후 논평을 내 "4차 긴급재난지원금 아니, 2차 긴급선거지원금을 말씀했다"며 "민주당은 선거 때가 되어야만 (전 국민) 긴급지원금을 이야기한다. 불공정 금권선거라는 불필요한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선거 이후 충분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합당함을 고언드린다"고 했다.

이번 전 국민 지원금액은 지난해 5월 1차 지원금 때와 같은 1인당 40만 원, 가구당 최대 100만 원 수준이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1차 전 국민 재난지원 때 14조 원 정도가 들었고 2·3차 선별 지원 때 피해업종에 직접 지급된 금액 규모가 6조 원"이라며 "이번에는 1차와 2·3차 지원을 혼합해 총 20조 원 규모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추경예산 대부분을 국채를 찍어 조달해야 하는 현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써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기동향도 짚어보고 금년 슈퍼예산 집행 초기단계인 재정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민주당 측 구상에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며 재정규모, 부채속도, 재정수지, 국가신용, 세금부담 등과 연결된 복합사안이다. 저도 가능한 한 모든 분께 최대한 지원하고 싶지만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정세균 총리가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와 달리 전 국민 지원금에 꾸준히 부정적 언급을 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 총리는 지난달 보편 지원론을 겨냥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지혜를 모을 때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건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었다.

좀체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 3차 대유행 역시 전 국민 지원에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가 언급했듯 "경기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실직자·자영업자 등 코로나 피해계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은 하루가 급할 수 있지만 보편 지원은 다르다. 확진자 규모가 현 수준을 이어가거나 혹은 더 늘어날 경우, 외출과 모임, 소비를 촉진할 수밖에 없는 지원금은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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