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외부 흐름과 단절 양상 엿보여
시대 변화 읽을 정보에 촉각 곤두세워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줄 몰랐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지난해에 겪은 일상생활이 평생 지속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완전히 이겨낼 수가 없다면, 결국 우리가 적응하여 사는 수밖에 없다. 적응하지 않는다고 갑자기 모두가 폭삭 멸망하는 것은 아니나, 서서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죽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세에 사는 인간들은 대개 '내가 살 동안은', '나에게는', '우리 지역은' 하고 유보적 사고를 함으로써 위기를 회피하려 한다. 회피적 사고는 이기적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경남의 지역사회는 청년인구 유출, 군단위 농촌지역의 소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들은 혁신적 생산활동의 위축, ICT 인재 구인난, 생산성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의 대학들은 입학생이 들어오지 않아, 입학률과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축소하고 있다. 지역의 젊은이들은 기회가 닿으면, 역외로 나가 대도시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으나,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2018년에 김경수 도정이 들어선 이후에 공장과 공단의 스마트화, 사회혁신,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은 설정되어 있으나, 이에 호응하는 기업, 지역사회, 대학이 없다면 정책이 집행될 수 없다. 기업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고, 협력업체를 옥죄기만 한다면, 지역사회가 분절되어 폐쇄적인 독점적 지대이익을 취하기에 몰두한다면, 대학이 경쟁과 서열로 나누어져 카스트 제도를 옹호한다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남의 기업은 부가가치와 생산성의 하락이라는 징표를 보여 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에서는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초학력이 튼튼한 인재, ICT/SW 인재, 팀워크가 잘 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남의 기업들은 경남에 투자하기보다, 단순 생산을 위해서는 외국에, 그리고 고부가가치 업무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투자한다. 기업 간 거래도 갑을 관계에서, 중견기업이 고부가가치 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중견기업들 역시, 혁신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변화에 적응하려면 우선 변화하는 흐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여야 한다. 경남의 지역사회는 내부적 경쟁에 치열한 반면, 외부의 흐름과는 단절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부 세계와의 개방을 논할라치면, 토착주의를 강조한다. 외부인이 개입하여 지역을 농단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지역이기주의가 지역사랑으로 바뀌고, 지역이 내외를 가리지 않고, 편안한 환경과 쾌적한 사회관계, 정체성을 존중하고, 능력을 인정해 주는 지역이 되어야 낙후되지 않는다.

대학은 입학자원의 감소라는 위기에 대응하여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기초학문 분야를 축소하고 있다. 대학의 미래가 불확실하므로, 유망한 분야의 교수를 뽑지 못하고 있다. 입학자원의 감소는 재학생에 대한 대학교육의 질적인 위기를 야기한다. 혁신적인 교육방법, 대학 간 자원 공유를 통한 교육의 수월성 제고,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욱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 지역사회, 대학이 위기의 상황을 공유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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