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의 해(신축년)다. 흔히들 소 하면 '묵묵하고 우직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여기 경남지역에 소처럼 묵묵하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이말순 문인화가와 박상용 현대무용가다. 이들의 지난 삶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보았다.

◇'40년 외길' 이말순 문인화가

평범한 주부서 문인화가로 한국화·서양화 접목하는 등
자신만의 작품세계 화폭에 담아 지역민 대상으로 강사활동도
"코로나로 예술인들 삶 팍팍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고파"

소처럼 묵묵하게 40년간 문인화가의 길을 걸은 이말순(72·진주) 씨. 사군자 중 매화를 특히 잘 그려 아호가 매헌(梅軒)이다.

이 씨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예술가다. 평범한 주부에서 화가로, 쉰 넘어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한 이유도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전통적인 문인화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화, 서양화를 접목해 문인화를 그리고, 그림의 여백에 시나 좋은 글귀를 쓰는 화제(畵題)를 자신만의 양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 날 어르신들이 밖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 할 일이 없으면 저렇게 될까.' 그래서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조영실 선생님에게 사군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학문적 갈증과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사군자뿐만 아니라 한국화를 공부했고 20년 동안 진주와 경북 김천을 오가며 심연 노중석 서예가에게 붓글씨를 배웠다. 쉰이 넘은 나이에 대학수능시험을 쳐서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 이말순 문인화가. /김민지 기자
▲ 이말순 문인화가. /김민지 기자
▲ 이말순 문인화가 작품. /김민지 기자
▲ 이말순 문인화가 작품. /김민지 기자

"시골에서 자라 초등학교만 나왔고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당시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고 자식들에게조차 (수능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령 수험생으로 언론에 나와 아이들이 알게 됐다.(웃음) 막상 공부를 하려니 막막해 진주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 동안 공부했다."

이 씨는 30년 전부터 강사로 활동했다. 진주 금곡초·진주교대 부설초, 진주시능력개발원, 진주산업대(현 경남과기대) 등에서 문인화를 가르쳤다. 현재는 진주문화원 부원장으로 회원에게 문인화를 전파한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문인화 전람회 초대작가·현대서예 문인화 초대작가며 진주시장, 경남도지사 표창 등을 받았다.

"나야, 나이도 많고 원래 돈을 많이 벌지 못해 피해를 많이 보지 않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예술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특히 힘들었다. 전시회,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니 예술인이 먹고 살기가 팍팍했다. 올해는 코로나가 잠잠해져 건강한 모습으로 문하생들을 만나고 싶다. 수업을 안 하니 나이 많은 회원들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문자가 온다. 나도 요즘 사람들이 그립다."

 

◇'우직한 열정' 박상용 현대무용가

보기 드문 남성 현대무용가 지역·수적인 한계 부딪혀
때론 힘들고 외롭기도 하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 멈추지 않아
"당연한 일들 소중해진 지금, 뻔한 이야기 어떻게 풀지 고민"

경남지역에서 남성 현대무용가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박상용(36·창원) 현대무용가는 예술가로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소처럼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노력한다. 때론 지역적, 수적인 한계 등에 부딪혀 힘들고 외롭기도 하다.

그는 10대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무용가의 길로 돌아섰다. 근육을 풀기 위해 우연히 배웠던 재즈댄스가 좋아 창원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박 씨는 "내가 숨쉬고 땀 흘리며 춤을 출 때 그냥 좋았다"며 "(무용을 배울)당시에는 '예술'보다는 그저 '뛰고 숨쉬는 게' 좋았다"고 회상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춤을 추는 것보다 표현하는 게 좋단다.

그는 지난 2014년 2월 현대무용 단체인 '아니모 컴퍼니(ANIMO COMPANY)'를 창단했다. 아니모는 스페인어로 혼(魂), 영혼, 정신, 활력, 활기 등 강한 열망이나 패기를 뜻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0월 숨의 소중함과 가치를 엿보는 <숨:본능과 이성사이>를 성산아트홀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 박상용 현대무용가. /박상용 씨
▲ 박상용 현대무용가. /박상용 씨
▲ 박상용 현대무용가. /박상용 씨
▲ 박상용 현대무용가. /박상용 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단원과 스태프가 8개월가량 연습한 창작공연이다. 현대무용가로서 좋은 작품,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이 큰 때문일까. 지원금보다 많은 예산이 들었다.

"작품을 만들 때 주위에서 '굳이 그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있느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에 역량 있는 무용수가 적다 보니 그들을 섭외하고 함께 연습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지원금에 맞춘 공연을 하다 보면 결국에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싫었다."

박 씨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차세대 유망예술인에 뽑혀 지난 2018년 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또 전국무용제 솔로&듀엣 수상작 <안다미로>, 전국무용제 수상작 <보이첵-그림자 죽이기>에서 현대무용가로서 역량을 뽐냈다. 그는 지난해부터 창원대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현대무용가가 적다 보니 영상, 소품, 의상, 연출 등을 혼자서 다 하는 경우가 많고 지원금, 지역적 한계에 부딪혀 지난해에는 쉬었다.(웃음) 현재 시놉시스를 쓰고 있다. 지난 2019년 선보인 <숨…>같이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일들이 지금은 소중한 것처럼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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