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게 분다. 쌓인 눈이 다시 공중으로 흩뿌려진다.
눈은 다시 바람을 타고 눈보라가 된다.
안 그래도 가느다란 길 줄기가 눈보라에 사라진다.
하얀 어둠 속에서 감당하기 버거운 공포가 밀려온다.
마치 방향을 알 수 없는 사막 한가운데 선 느낌이다.
해발 3000m 수목한계선을 넘자 눈보라가 잠시 그친다.
문득 뒤돌아보니 남은 것은 오로지 흑과 백의 세상.
그것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 2014년 2월 히말라야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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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부장. 일상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