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슬기롭게 버티지만 우울함 커져
추상적 인류애 넘어 새 국제주의 필요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은 1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의료진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마음과 사명감 하나로 버티어 왔다고 한다. 힘들지만 내가 빠지면 동료가 힘들 것이라는 마음으로 무더위와 혹한을 견디어 왔다고 말한다. 국민들도 힘들지만 협조를 잘 해 왔다. 우리가 모르는 사회의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너무 많이 바꾸어 놓았다. 먼저 어떤 물건을 만지는 것에 공포를 느껴야 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 신경쇠약에 걸린 것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예민해진 것 같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블랙까지 오는 현상도 많아졌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을 억제해야만 했다. 어느 의료진의 소원은 코로나19의 상황이 끝나면 작지만 큰 꿈이 여행이었으며, 음식점에 가서 동료들과 웃으며 밥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새해 초에 경남지역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2020년에 겪은 코로나 극복 체험 수기를 심사할 기회가 있었다. 1년간 코로나를 겪으며 쓴 그들의 수기를 읽으며 생각보다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한 그들이 대견했으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대부분 글들이 감동적이고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었다.

집에서 가족과 지내면서 부모님의 애환을 생각하고 가족들과 더 돈독하게 지내며 슬기롭고 현명하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안심이 되었다. 어느 외국인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도 생각이 났다. 대한민국은 오래전부터 많은 역경을 겪어서인지 힘든 상황에서 국민들이 더 단합하고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이 있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본 내용이었다.

그런데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많아졌다는 얼마 전 뉴스를 접하고 우울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취업이 안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칩거하고 은둔하는 생활이 된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고용할 여력도 없어지고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점점 좁아지거나 사라진 것이다. 내가 아는 카페의 여주인도 이제는 젊은이들의 생활이 비대면이 일상화된 것 같다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카페에서 만날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젊은이들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이제는 많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새해에는 늘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계획해 왔지만 올해는 계획을 세우기보다 일상 회복을 빌었다. 소소한 행복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이란 것을 깨달은 일 년의 시간이었다. 과거는 다시 오지 않으며, 지나간 시간들이 소중했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우리가 좋아했던 세계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우울하다.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공동체 삶의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기주의가 아닌 남들과 연대해야 하며 어느 때보다 인류애가 중요한 때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예전에 알고 있던 추상적 인류애가 아니라 진정으로 따스한 인류애를 가진 새로운 국제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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