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창녕보 조기 수문 폐쇄
모니터링 방해·불통 행정 비판
낙동강청 "농민 민원 고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해도 낙동강 겨울바람은 차가웠다. '합천창녕보'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몰고 오는 골바람까지 합류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경남과 부산, 대구·경북 지역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낙동강네트워크' 회원 20여 명이 27일 오전 이곳 합천창녕보 창녕 방향 구조물 아래에서 강바람을 뚫고 외쳤다.

"환경부는 합천창녕보 수문을 개방하라!",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경북 고령의 곽상수 농민과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한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 세 사람은 급기야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거기서 '수문개방 모니터링 방해하는 환경부는 각성하고 합천보 개방하라'는 현수막을 펼쳤다.

이들이 합천창녕보 아래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26일 갑자기 수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2월 2일 예정됐던 일을 일주일 앞당긴 것이다.

▲ 낙동강네트워크가 27일 오전 합천창녕보 수문개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한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경북 고령의 곽상수 농민이 강물 속으로 들어가 현수막을 펼쳤다. /이일균 기자
▲ 낙동강네트워크가 27일 오전 합천창녕보 수문개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한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경북 고령의 곽상수 농민이 강물 속으로 들어가 현수막을 펼쳤다. /이일균 기자

정문찬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수문 개방은 정부의 보 처리방안 마련을 위해 개방효과를 모니터링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수문 개방 전부터 있었던 주변 농민 민원을 이유로 환경부가 민관협의 절차 없이 독단으로 수문을 닫았다"면서 "이는 수문 개방 모니터링을 방해하는 행위이고, 나아가 정부의 보 처리 의지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했다.

인근 고령군 우곡면의 곽상수 농민은 환경부가 내세우는 달성, 고령 지역 농민 민원에 대해 언급했다.

"달성과 고령 농민들이 겨울 가뭄 때문에 마늘 양파 농사가 안된다는 민원을 제기한다는 점을 환경부는 내세운다. 하지만 경북농업기술원은 마늘과 양파 고사 이유가 가뭄 때문이 아니라 한파에 따른 피해라고 보고했다."

애초, 낙동강 보 처리를 공약하고는 주춤거리는 현 정부의 의지 부족이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의 불통·부실 행정으로 연결됐고, '모니터링 일정을 방해하는 갑작스러운 수문 닫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낙동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직후 수문 즉각 개방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12월과 1월 강수량을 비교하면 지난해보다 올해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농업피해를 호소하는 주변 농민 민원을 더는 무시할 수 없어서 일정을 당겨 수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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