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인권위 결정 토대로 경남·서울 등 7개 교육청 발간
생리공결제도·외투 자율 보장…학력·성차별 개선 사례 제시
 

사람이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인권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인권이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용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최근 경남·전북·광주·경기·경북·서울·인천시교육청 등 7개 시·도교육청이 <학생 인권 공동사례집>을 냈다.

올해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을 기념해 학생 인권 관련 사례를 공유해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교육자료 등으로 활용하고자 제작됐다.

사례집 제작에 주축이었던 고형석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구제팀 조사팀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 헌법재판소 인권 관련 결정,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등을 토대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원칙 등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 명의로 된 공동사례집 발간사에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교문 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사례집은 학교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생 인권침해 사항을 지적하고 문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에서 각각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지 원칙, 판단 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적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제시한 아동의 권리(생존·보호·발달·참여)에 따라 정리해 둔 사례(186건) 중 눈여겨볼 만한 내용 다섯 가지를 골라서 소개한다.

◇건강권 보장

사례집에서 '생존의 권리' 중 '건강권과 보건권'과 관련한 내용 중 생리공결 제도와 교내 외투 착용 금지와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1. 한 학생이 교육청 학생 의견수렴기구 활동을 통해서 생리공결제도를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여학생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일부 학교는 생리공결 시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야만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서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서 학교장은 초·중·고 여학생 중 생리통이 극심해 출석이 어려운 경우(월 1일 결석)에는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 시(지각, 조퇴, 결과 포함) 의료적 확인(진단서, 소견서, 처방전 등)을 요구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5년 12월 생리공결 제도를 정비하도록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권고했고, 이후 생리로 인한 결석 등이 불이익하게 처리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이뤄졌다.

사례집에서는 "규범적인 권리라 할지라도 권리 당사자가 그 권리를 알지 못한다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다"며 "학교는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생리공결 제도 등을 포함한 학생 인권 관련 정책 정보를 학생에게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2. 한 중학교는 교문에서부터 교내까지 교복 위에 외투를 입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이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감기가 들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추운 날씨와 관계없이 교내 외투 착용을 금지한 이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학생은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에게 교내에서 외투를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해설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6년 환절기 및 개인 건강 등이 고려되지 않은 강제적 착용 금지 기간 규정을 개정하도록 했고, 2018년에는 교복 착용 시기, 교복 외 방한용 덧옷, 조끼 등의 착용 여부에 대해서는 학생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규정을 고쳤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보호의 권리' 중에서는 특정 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남녀 출석번호 등 차별 표현에 대해서 다뤘다.

#3. 한 고등학교는 연말에 특정 대학 합격 홍보 현수막을 제작해 학교 담벼락에 게시했다.

이 같은 홍보 게시물은 흔히 본 듯하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상급 학교 진학을 앞두고 일부 학교에서 특정 학교 합격을 홍보하는 현수막이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은 학벌 차별 문화를 조성한다고 판단해 전국 시도 교육감에게 각급 학교 등에서 특정 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행위 자제를 위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 중등학교장에게도 학벌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특정 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등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냈다.

#4. 한 초등학교서 학생에게 출석부에 번호를 부여할 때 남학생은 1번부터, 여학생은 50번부터 부여했다.

이 사례는 출석번호로 남녀를 차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5년 초등학교 출석부상 번호 부여 시 차별과 관련해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우선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사생활 보장 권리

'발달의 권리' 중 교복에 박음질로 고정한 명찰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5. ㄱ 학교 교복은 명찰이 박음질로 부착돼 있다. ㄴ 학생은 이런 명찰 때문에 학교 밖에서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지 교육청에 문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고정식 명찰 관행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사례집 해설에서는 "사람의 이름, 즉 성명권은 개인 프라이버시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기본권이며, 어느 범위까지 혹은 누구에게까지 알릴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교복 위 고정식 명찰은 원하지 않는 성명권 노출을 야기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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