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재편 따른 일자리 문제 등 사회·경제적 영향에 시민 민감
경남도, 그린뉴딜 협의체 구성 눈앞...가치 공유·의견수렴 역할 기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시대 흐름에 도태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당장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도 주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관건이다. 경남도는 우선 민관 협치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민관 협치 주목 = 경남도 기획조정실 뉴딜추진단은 이달 4일 출범했다. 앞서 도는 전문가 초청 강연으로 광주시 그린뉴딜 사례를 들여다봤다. 도 뉴딜추진단 관계자는 "광주는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거버넌스(governance·민관 협치)를 구성해 오히려 행정을 압박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도는 어떤 추진 체계를 만들 것인지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올 2~3월 안에 에너지 전환을 포함해 그린뉴딜 정책 등을 이끌 거버넌스가 구성될 전망이다. 거버넌스는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도민 대상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게 된다. 올 상반기에는 시민과 마을, 기업 단위에서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현안을 파악하고 추진 체계를 다듬어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동력으로 온실가스 1인 1t 줄이기 등 자발적인 도민 운동도 진행한다.

▲ 김경수 도지사가 지난 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제시했다. /경남도민일보DB
▲ 김경수 도지사가 지난 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제시했다. /경남도민일보DB

아울러 도는 지난해부터 발굴해 추진 중인 그린뉴딜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예를 들어 통영 욕지도 앞바다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두고 주민과 갈등을 어떻게 풀지 연구할 방침이다. 어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막으면서 지역사회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사업 방향이지만, 주민 동의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에 나온 제6차 경상남도 지역에너지계획(2020~2025)에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주요 사업으로 △남해안 일대 해상풍력단지 조성(통영 100㎿ 이상 해상풍력 실증단지) △수상태양광 발전단지 조성(합천댐 수면 50만 ㎡·2021년 준공 예정) △창원 빛길 프로젝트 사업(2024년까지 대산정수장 배후부지 등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등이 담겼다.

김경수 도지사는 올해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꼽았다. 특히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60% 감축(2017년 대비)과 총발전량 수요 30% 재생에너지 생산 등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도는 △재생에너지 규제자유구역 지정 △남해권 해상풍력단지 조성 △에너지 자립과 탄소 없는 마을 확산 등을 추진한다. ▶7일 자 1면 보도

도 뉴딜추진단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려면 인식 전환이 돼야 하고, 그래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전환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여서 광주도 거버넌스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세밀하게 고려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달 학계와 기관, 민간 분야 전문가 17명으로 '경남형 뉴딜 워킹그룹'도 꾸렸다. 이들은 '스마트뉴딜'과 '그린뉴딜' 두 분야로 나뉘어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한다. 당시 김 지사는 "그린뉴딜은 시민 참여나 사회적경제와 결합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앞으로 디지털·친환경 기술이 동시에 투입되는 '스마트그린산단'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다른 자치단체와 태양광·풍력·수소 등 산업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도내 14기 석탄발전소 조기 중단과 올해 문을 열 고성하이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을 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같은 시민사회 요구에 경남도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 도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 장소 중 하나인 통영시에서 지난해 11월 '욕지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를 창립했다. /통영시
▲ 도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 장소 중 하나인 통영시에서 지난해 11월 '욕지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를 창립했다. /통영시

◇소외·불평등 없어야 = 지난해 11월 이소영(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 국회의원 등 46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그린뉴딜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정부와 지자체가 온실가스 배출·흡수 등 기후위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고 그 영향을 평가(기후위기영향평가)해 정책 수립·시행에 반영하도록 하고,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영향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지역에 지역·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정의로운전환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한다.

전문가들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민과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아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경남연구원 남종석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지역사회, 커뮤니티 등이 소외되지 않도록 이들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단체, 노조, 지역사회 활동가 등을 지원하고 자조적인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며 "규모가 축소되는 산업에서 유발되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린뉴딜을 위한 정부 재원 중 일부를 이들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지원하도록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원장은 지난해 9월 '그린뉴딜에서 에너지 전환으로: 단절 없는 도약을 위하여' 세미나에서 "경로의 전환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생각과 생활을 바꾸고 새로운 실험과 사업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것이 국민 참여적이 되고 공론화 과정도 많이 진행되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 이유진 공동대표는 "에너지 갈등을 포함한 여러 갈등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도 사회적으로 설계를 했으면 좋겠다"며 "주민들이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등 이러한 태도에 화를 내고 오히려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 태도의 문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에 더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분이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을 설계해 하나하나 합의를 이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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