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서는 졸라맨, 마시마로, 우비소년, 뿌까 같은 웹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었었다. 이 인기는 웹을 넘어 지상파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이 애니메이션들의 공통점은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플래시는 움직이는 이미지 'GIF'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빨라진 인터넷 속도와 함께 발전하여 웹페이지 디자인을 화려하게 꾸미고자 사용됐다.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꾼 나에게 이 플래시는 꿈을 이뤄줄 사다리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플래시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제작사 어도비는 지난해 말까지 플래시 플레이어의 모든 업데이트와 배포를 중단했다. 플래시가 '랜섬웨어' 같은 악성 코드에 취약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으로 밥벌이를 했던 나는 프로그램 퇴출이 안타까웠다. 이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이제 플래시를 이용한 온라인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플래시 깎는 노인'. 제목은 교과서에 실린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을 패러디했다. 그만큼 정성들여 잘 만들겠다는 의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억의 오락실 게임 형식으로 2주에 1회씩 연재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코로나 방역, 의사국가고시 재시험에 관한 내용을 지네게임, 테트리스, 페르시아의 왕자, 스트리트 파이터 등 추억의 게임에 담아냈다.

비록 나이가 든 애니메이터가 퇴출당한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콘텐츠이지만 진짜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오래오래 공감 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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