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규명은 '힘'아닌 근거와 논리로
힘없는 서민까지 양념폭탄, 용납 말아야

"피고인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비난받게 하고 고통받게 했다."

지난달 23일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에게 표창장 발급을 한 적 없다고 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등을 가리키는 말이었겠지만, 그 엄청났을 '고통'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적폐청산 대상으로, 적대세력의 주구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반복됐다.

기자는 그러나 경계한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된다. 진실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법관이든 검사든 기자든 대통령이든 심지어 신이라 해도 진실을 사유할 특권은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 앞에 불평등은 없다. 오직 각자가 제시하는 근거와 논리에 기반한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쟁투만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정경심 교수 판결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그 의심을 입증할 만한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논쟁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특히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는 어떤 사람들은 또 다른 수단을 자주 동원한다. 문자·댓글 폭탄, 신상 털기, 음모론과 중상모략, 모종의 협박 같은 것들 이야기다.

일부 여권 강성 지지자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범여권의 책임있는 정치인들도 정 교수 판결에 '법관 탄핵' '정치 사법부' 운운하며 지지자들의 '양념 공세'를 노골적으로 선동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진실이 아니면 진실이 유력해도 진실이 아니었다. 누구도 진실을 단정짓지 말라고 위협하면서, 자신들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전지자·심판자처럼 행세했다.

진실을 찾거나 말하는 과정은 그렇게 고통스러워졌고 두려워졌다. 웬만하면 침묵과 외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현 여권세력이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힘이 약할 때는,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래도 참작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러한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경기가 거지 같다"고 한 충남 아산의 시장 상인이, "K방역은 세계 꼴등"이라고 한 가수 출신 자영업자가 공격받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힘없는 서민이 신상을 털리고, 특정 정당 지지자로 의심받고, 불매운동을 당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듣는 어이없는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자영업자는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해야 했고, 시장 상인은 훗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젠 대답 안할 것이다. 나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이라고 백기를 들기에 이르렀다.

참여정부 시절 위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호되게 꾸짖었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주권자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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