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주남저수지 푸른 하늘에 은하수처럼 한 무리의 가창오리 떼가 흘러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가창오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랐을 때 그들의 군무는 그저 하늘에 휘저어놓은 먹을 먹인 붓의 잔상이었는데, 저수지에 내려앉았을 때 알록달록한 그 예쁜 모습을 확인하고서는 군무의 아름다움이 배가됐다.

날지 못하는 인간이어서 그런지 새는 고대시대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때로는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여기기도 했다. <버드 홀릭>은 그러한 새를 관찰하고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진을 편집해 묶은 책이다. 작가 최종수 씨는 경남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경남도청에서 사진 담당으로 일하면서도 새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에서 계절마다 꾸준히 새를 촬영했다. <우포늪의 새> 등 새 관련한 책도 여러 권 냈다. 그는 유튜브에서 '최종수 초록TV' 계정으로 새를 관찰하는 즐거움도 전하고 있다.

<버드 홀릭>은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새, 겨울, 여름, 봄·가을에 볼 수 있는 새로 구분해 총 111종을 소개하고 있다. 어미 꽁무니를 쪼르르 따라가는 흰뺨검둥오리, 인형인지 생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원앙,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 머리를 가진 청둥오리, 초당 18~22번 나무를 쪼면서도 뇌진탕에 걸리지 않는 큰오색딱따구리…. 사진들의 생동감 때문인지 책장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오를 듯하다. 자연과생태. 268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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