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실수로 버려' 기사 읽고 상상
친절버스 대회·보행자 성지 만들고파

남의 불행을 행복으로 여기면 '천벌' 받는다 걸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3000억 원어치 비트코인(디지털 통화)을 실수로 버린 영국 남성' 기사(<조선일보> 1월 18일 자 16면 참조)를 보면서 잠시나마 '행복한 공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 영국 남성은 3000억 원어치 비트코인을 실수로 쓰레기 매립장에 버렸는데, 비트코인을 찾게 되면 약 5250만 파운드(787억 원)의 기부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횡재로 내게 3000억 원의 돈이 생겼고, 787억 원을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면? 먼저 '친정'인 경남도민일보에 200억 원을 쾌척하겠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를 실천으로 옮기면서 말이다. 연금복권 당첨 정도라면 어떻게든 '표정 관리'하면서 신문사를 다니겠건만 아무래도 사랑하니까 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경남도민일보가 더 잘되길 바란다.

이러고도 나에겐 아직 '배 12척이 아닌' 587억 원이 남아 있다. 300억 원은 내가 나고 자란 창원의 고질적인 시내버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원하게 내놓고 싶다.

'창원 최고의 버스기사 선발대회'를 열겠다. 창원 최고 버스기사로 선발되면 기사 개인에겐 5억 원, 최고 버스기사를 배출한 업체에도 똑같이 5억 원을 지급하겠다. 한 30년 정도 대회를 이어가면 거칠고, '신경질적인 운전'도 좀 잦아들지 않겠나 싶다. 하루 20만 명 넘게 이용하는 시민들도 엄청 좋아하시겠지.

어허이, 여전히 287억 원의 용처가 필요하다. 그렇지, 내가 보행자잖아. 250억 원은 창원의 보행자를 위해 쓰고 싶다.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창원에는 '창트럴파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곧 도입될 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관련해 많은 시민이 시청 쪽으로 광장을 확장하고 광장 남쪽으로 양방향 통행하는 안에 찬성한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마음 같아서는 광장에서 도청까지 이어지는 양방향 모든 차로를 보행자들을 위한 녹지 공간으로 꾸며보고 싶다. 조금 양보해서 도청~시청 방향 창원 성산아트홀, KBS창원 앞 사거리 앞부분부터 확장된 시청 앞 광장까지 보행자 거리를 조성하는 데 돈을 쓰고 싶다.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설치하고, 카페, 서점, 도서관 등을 짓겠다. 성산아트홀에서 용지호수 산책길까지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도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구조물까지 설치한다면 보행자의 성지가 되지 않을까.

나머지 37억 원은 창원과 마산, 진해를 왕복으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을 위한 용역 비용으로 기꺼이 내놓겠다.

공상이 자가발전을 거듭하며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울린 맑고 고운 휴대전화 벨소리에 겨우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병욱 기자, 그거 빨리 확인해 보라고 한 지가 언젠데, 니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고!" "아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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