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정치인의 진정한 능력
상대 장점을 배워서 쓰는 용기

요즘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이 더 감동받는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을 잠시 보자. 소녀 페이페이는 재혼하려는 아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엄마가 생전에 이야기로 들려 주었던 달나라 항아를 찾아 나선다. 직접 만든 우주선에 토끼랑 단둘이 탔는데, 새 엄마 될 사람의 아들 녀석이 몰래 탄 거다. 우주선은 추락하고 달사자 덕택에 항아를 만나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다. 집을 나섰을 때의 페이페이와 돌아온 페이페이는 이미 달라져 있다. 재혼가정의 자녀 이야기일 수도 있고, 모험 후 귀향하는 영웅신화와도 닮아있다.

가슴에 남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에 달나라에서 옥토끼를 만나 사랑에 빠진 자신의 토끼 번지를 연인과 함께 살게 하고 돌아온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이가 원하는 것을 줘야 하니까. 사실, 인상 깊은 장면은 따로 있다. 페이페이가 그렇게 싫어한 의붓 남동생이 될 쭝은 처음 만날 때부터 누나라 부르며 좋아한다. 성격 좋고 괴짜인 쭝은 벽을 뚫고 지나가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고 천장을 걷기도 한다. 그런 쭝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페이페이는 결정적인 순간, 쭝이 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적이라고 여겼지만 쭝의 장점을 배워서 쓴 것이다.

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중에도 끊임없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만난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물러나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상대방은 물론 자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고 아주 자잘한 것 하나도 자신의 이익으로 챙겨 떠났다. "I'll be back"이란 말을 남기고.

소름 끼친다. 지도자치고는 전례없는 이기주의의 극치 같다. 7000만 표가 넘는 러스트 벨트의 '깨끗한 석탄' 노동자를 믿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람들의 예측대로 다시 백악관에 돌아올 일을 노린다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상대방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적이니 무조건 비난하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당선된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장점은 많아 보인다. 우선, 예의가 바르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훌륭하다. 배경도 좋지 않고, 행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한평생을 정치계에서 버텨온 공력 안에는 반드시 장점이 작용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남의 나라 대통령까지 들먹여 오지랖을 부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반면교사를 하는 부류는 조금 보인다. 하지만 적의 단점을 들춰낼 줄만 알았지, 적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정치인들은 찾아 볼 수 없다. 정치초년생까지도 선배들의 치졸한 면만 더 잘 배우고 답습한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지만 장점 없는 인간도 없다. 정치 좀 하려 한다면 장점이 많은 사람 아니겠는가. 정치인들, 그렇게 아글다글 부딪치면서도 상대방의 장점 하나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왕학으로 읽히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속 이 시대 정치인의 진정한 '비르투(능력)'는 '포르투나(행운)'가 알려준 상대방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또 다른 '비르투'(용기)여야 할 것 같다.

새해에는 "정치인이면 다 그렇지" 하는 한계를 넘어서기를 기원한다. <오버 더 문> 속 페이페이가 그토록 싫어하던 동생 쭝에게서 배운 것들로 위기를 넘긴 일처럼 말이다. 그런 일을 '정치발전'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