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이어진 공동급식, 마을영농조합법인 탄생 바탕
주요 특산품 쌀·콩·양파 활용, 양파즙·떡국·메주 제조·판매

합천에서 매일 점심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을 먹는 곳이 있다. 합천군 초계면 넓은 분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하남양떡메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한솥밥을 먹으며 마을 전체가 한 식구처럼 살아간다.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세보지 않아도,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합니다. 식구처럼 밥을 먹는다는 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에 우리 마을에서는 밥 먹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생각합니다."

마을 홍보부장 진영득 씨는 하남양떡메마을에서 밥은 소통이라고 했다. 마을을 소개하며 제일 먼저 꺼낸 이야기도 공동급식이었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잠시 쉬고 있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함께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2009년 공동급식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은 이야기다. 그는 공동급식이 마을을 하나로 모으고, 마을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저녁까지 같이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 합천 하남양떡메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하남양떡메마을
▲ 합천 하남양떡메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하남양떡메마을

하남양떡메마을의 원래 지명은 물이 많이 나는 남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하남마을이었다. 마을 주요 생산물인 양파와 쌀, 콩으로 양파즙·떡국·메주를 만들어 판매하며 첫 글자를 따 하남양떡메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여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지만 주민이 합심해 마을사업을 펼쳐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마을로 거듭났다.

"마을기업을 통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익도 올리고 일자리도 만들어 마을 주민이 터전으로 삼아 일하고 있습니다. 공동급식도 마을기업 수익을 통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남양떡메마을은 농촌공동체 마을로 꽤 알려진 곳이다. 정부의 각종 마을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곳으로 평가받으며, 2019년에는 정부가 선정하는 명품마을로 뽑히기도 했다. 2005년 마을사업을 시작해 건강장수마을, 정보화마을, 마을기업, 6차산업화 마을, 농촌체험마을, 창조적 마을 사업 등을 진행했다. 2007년 귀농하기 좋은 마을로 선정되며 꾸준히 전입자가 늘어 지금은 빈집이 없는 마을이 됐다. 2016년에는 마을 주민이 모두 참여한 하남양떡메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상도 많이 받았다. 여러 상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소득·체험분야 금상을 수상해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전국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 하남양떡메마을 성영수(가운데) 마을운영위원장과 마을기업 관계자. /김태섭 기자
▲ 하남양떡메마을 성영수(가운데) 마을운영위원장과 마을기업 관계자. /김태섭 기자

마을 사람은 마을기업과 마을공동체 사업 성공 비결을 주민끼리의 신뢰라고 했다. 투명한 재정관리와 자료 공개는 신뢰를 확보하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남양떡메마을은 마을기업을 운영하며 소득을 올리는 데만 그치지 않고 마을 문화와 복지를 확대해 공동체와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 대신 수익 환원 사업을 펼쳐 마을사업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현재 마을기업에는 7명 상시근로자와 10명 안팎의 임시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 4억 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는 4억 8000여만 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콩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해 간장과 된장 등 장류 생산과 항아리 분양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남양떡메마을 주민은 꿈이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마을노인요양원을 건립하는 것입니다. 마을 자체로 요양원을 운영하고자 터도 미리 마련해 놓았습니다. 앞으로 계획대로 요양원 건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바쁘게 사업장을 뛰어다니던 성영수 마을운영위원장은 담담히 마을노인요양원 건립 계획을 설명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떡국 생산에 허리 펼 시간도 없어 보였지만 밥상 공동체를 넘어 마을기업, 마을복지로 이어지는 건강한 자립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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