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서 법제화 지시
내달 국회서 처리될지 주목
정부 재정 여력 최대 쟁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 보상 제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자영업손실보상법'이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와 당정이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른 손실보상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손실보상제 관련 고위 당정청협의에서 "이미 세계 각국이 대규모 재정지출과 금융지원에 나섰다. 피해지원 제도화,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우리도 언제든 유럽처럼 사회적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 논의 = 법안은 기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개정 등의 형식으로 피해 보상 근거 명문화와 함께 정부 시행령에 구체적인 보상 기준과 방식을 규정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피해 대상 선정부터 피해 및 보상 규모 산출까지 모든 과정이 녹록지 않고 정부 재정 상황도 고려치 않을 수 없어 본 법안에 세부 조항을 못 박는 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내 이견과 여야 간 시각차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논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여권이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돈 풀기'에 나섰다고 의심하는 국민의힘 역시 입법 취지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까닭이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의 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22일 당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중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법안은 그간 무수하게 발의돼 있었다"며 "정부·여당이 공수처법안만큼 관심만 가졌어도 진작 법안을 통과시켜 보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관심조차 없다가 선거용인지 뭔지 요새 손실보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꼬집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복지부·식약처·질병청 2021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복지부·식약처·질병청 2021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쟁점 '재정 여력' = 최대 쟁점은 역시 정부 재정 여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의 영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재정은 화수분은 아니기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다.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채무 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필요할 때만 지원하는 재난지원금과 달리, 손실보상법 등이 통과되면 매년 수십조 원에서 100조 원 이상의 재정이 반복적으로 필요하다"며 "여당은 엄청난 증세를 하거나 우리 아이들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기고 나라를 파탄 내서라도 선거에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재정 확보나 국가 미래에 대한 어떤 고민이나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손실보상법안에 따르면 적게는 월 1조 원에서 많게는 월 24조 원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령 민병덕(민주당) 의원은 집합금지업종은 매출 손실액의 70%, 집합제한업종은 60%, 일반업종은 50%를 보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정부의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대상자 280만 명을 대입하면 집합금지업종은 월 3조 3000억 원, 집합제한업종은 월 8조 3000억 원, 일반업종은 월 13조 1000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재원 관련 논란이 커지자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발생한 영업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실제 보상 범위 등은 정부의 재정부담 능력을 고려해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이제부터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일이다. 마구 퍼주자는 게 아니다"라고 24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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