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에만 몰두한 공천 탓 도·시의회 이탈표 골머리
도당 리더십 부족 지적..."당 정체성 보고 공천"

'보수 아성'으로 불릴 만큼 보수세가 강했던 경남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대약진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민주당은 경남도의회는 물론 기초의회에도 대거 진출해 기존 보수당 일색 체제를 깨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당 압승이 민주당에 마냥 밝은 미래만을 선사하지 않았다. 의회 전반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격변의 실체가 후반기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간 지점에서 누수 현상이 뚜렷하다.

◇곳곳 민주당 내부 분열 = '국정농단 사건-촛불 혁명-탄핵-조기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2018년 6월, 경남 정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맞았다. 비례대표를 포함해도 보수 정당이 과반 의석을 내준 적이 없는 도의회에 파란 물결이 일었다. 창원시의회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1명 동수를 이뤘고, 김해·거제·양산시의회도 민주당이 1석이라도 많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구성됐다. 진주시의회, 하동군의회도 민주당의 약진으로 한국당과 비등한 모양새를 갖췄다. 도민들은 과거 보수당 일당 독재와 다름없었던 체제에 대한 거부를 '민주당 승리'로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러나 다수 의회의 후반기 원 구성 갈등이 민주당 내부 분열에서 비롯되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의회 의장단 선거 갈등을 둘러싼 파행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곳도 적지 않아 경남도당의 역할에도 눈이 쏠리고 있다.

▲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0일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0일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경남도민일보 DB

도의회는 민주당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김하용·장규석 의원이 각각 후반기 의장과 제1부의장으로 당선되면서 본회의 '불신임안' 표결까지 이어졌다. 도의회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결집만 하면 두 사람이 이탈해도 당선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김 의장과 장 부의장은 국민의힘 지지와 민주당 이탈표까지 합쳐져 과반인 '29표'를 얻어 당선됐다. 거듭하는 다툼 끝에 김 의장과 장 부의장 불신임안이 상정됐지만, 이번에도 31명 민주당 의원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불신임안은 민주당 내 최소 3명 이상 이탈표가 나와 '28표'로 부결됐다.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양산시의회 갈등의 시작도 민주당 내부 분열이다. 민주당 내 경쟁에서 탈락한 의원이 국민의힘과 함께하면서 과반 의석이 '1석 차'로 역전됐고 8명의 민주당 의원은 9명 의원이 밀어붙인 의장 불신임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진주시의회도 내부 이탈표로 국민의힘 후보가 의장에 당선되면서 민주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렇듯 눈앞에서 누수 현상을 지켜보고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 분열의 원인 진단은 다시 2018년도 지방선거로 돌아간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민주당을 향한 도민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당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한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둥지를 틀었다. 민주당 역시 외연을 넓히면서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선수를 영입했다. 공천 심사 기준도 정체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능력(15%), 도덕성(15%), 면접(15%)보다도 당선 가능성(30%) 비중이 높았다.

덩치가 커질수록 개개인의 생각이 다양해졌고, 선거 직후인 전반기 원 구성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빨간 내복'을 입은 선수들이 후반기에 속속 면면을 드러냈다.

▲ 지난해 9월 경남도의회에서 장규석 제1부의장이 김하용 의장이 있는 의장석으로 올라가려 하자 송순호 의원 등이 이를 막으며 항의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해 9월 경남도의회에서 장규석 제1부의장이 김하용 의장이 있는 의장석으로 올라가려 하자 송순호 의원 등이 이를 막으며 항의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인물 공천 심사 강화 = 지역 정당의 구심력이 약하다는 점도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 도당은 도의회 의장단 구성 갈등 원인과 이탈표를 찾고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면담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중앙 정치판은 구심점이 강해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지방 정치에는 만연해 있다. 지역 정당이 힘 있게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당론과 상관없이 개인의 욕심대로 행동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도당은 "지방의회의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렇기에 통제가 쉽지 않은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도당 상무위원회에서 논의를 했지만, 도당 차원에서 불신임안 상정과 관련해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소모적인 내분으로 치닫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도의회 무기명 불신임안 처리와 결과,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원내대표단 결정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송오성 전 도의회 원내대표도 "의회 내 갈등 문제는 도당의 지침을 받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송 전 원내대표는 "정당 정치를 공고히 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분란이 있었지만, 이는 도당 견제와 지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도당과 논의는 할 수 있지만, 도당에 물어 지침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다른 정당처럼 지방의회 줄 세우기가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의원 한명 한명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되 발랄함이 지나칠 때 제재할 방법을 찾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의회가 운영에 안정을 되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새 원내대표단 구성에서 도당과 함께 의장·제1부의장 관계 설정부터 함께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도내 후반기 의장단 갈등 사태를 반면교사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인물 공천이 결과적으로 여러 의회의 갈등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당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후보는 공천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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