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러 협약 유명무실
각국 이익만 좇다 '벼랑 끝'
곳곳서 파리협정 실행 노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하자마자 17건 행정명령에 '초고속 서명'을 했는데요. 여기에는 트럼프가 탈퇴를 감행했던 파리협정(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강한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해왔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왜 의미가 있는지, 지구촌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대표 강연은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리우선언·교토의정서

파리협정 이전에도 세계는 기후위기에 맞서려고 노력해왔다. 1992년 '리우환경선언'은 최초의 지구적 환경회의였기에 의미가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에는 185개국 대표가 참여했다. 이들은 회의 끝에 27개 원칙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보존에 관한 협약 채택 등이 내용으로 담겼다. 154개국이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해 온실가스 감축에 힘쓰기로 했는데, 구체적 목표와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가 충돌했고, 미국이 서명을 거부했다.

이처럼 리우 회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캐나다 12세 청소년 세번 스즈키(Severn Cullis-Suzuki)의 연설은 울림이 컸다. 세번 스즈키는 어른들에게 호소했다. "여러분도 오존층 구멍을 없애는 법을 알지 못한다. 여러분은 이미 죽어버린 하천에 연어를 다시 불러오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멸종하는 동물을 다시 살려낼 방법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사막이 되어버린 숲을 살려낼 방법도 모른다. 어떻게 회복시킬지 모르겠다면, 제발 그걸 부숴버리는 일을 멈춰달라."

1997년 12월 11일 교토에서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가 열렸다. 28개 조항과 2개 부속서를 담은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세계 각국은 탄소 감축량과 감축 방법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8%, 미국은 7%로 선진국에 구속력이 있는 감축 목표가 설정됐다.

하지만 탄소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이를 탈퇴했다. 중국과 인도는 제외됐고, 캐나다·러시아·일본 등 탈퇴가 잇따랐다. 우리나라는 2002년 비준했지만, 당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가 면제됐다. 교토의정서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다.

▲ 캐나다 12세 청소년 세번 스즈키가 1992년 리우 회의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UN)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 캐나다 12세 청소년 세번 스즈키가 1992년 리우 회의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UN)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 코스타리카 출신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 의장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상 왼쪽부터) 등이 2015년 12월 12일 파리협정이 타결되자 기뻐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br /><br />
▲ 코스타리카 출신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 의장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상 왼쪽부터) 등이 2015년 12월 12일 파리협정이 타결되자 기뻐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파리협정

2015년 12월 12일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 만장일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타결 발표 순간 회의에 참석한 약 2000명이 환호했고 기쁨의 눈물까지 흘렸다. 세계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는 "자녀와 후세를 위한 역사적 쾌거"라고 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점점 사라지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를 구해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참여했다. 세계 각국은 자발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하고 자국법으로 이행을 독려한다는 데 합의했다. 각국은 NDC를 5년마다 UN에 제출해야 한다. 또 2020년부터 매해 1000억 달러(110조여 원)씩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재원을 조성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2021년, 올해는 파리협정에 따라 '신기후체제'가 첫발을 내딛는 해다.

그런데 협정 타결까지 회의가 2시간 연장됐다고 한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합의문 4조 4항 때문이었다. 국제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shall'을 구속력이 덜한 'should'로 바꾸는 시간이었다. NDC 불이행에 규제가 없는 맹점도 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2도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고자 노력한다"는 핵심 목표를 담고 있다. 이후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렸고,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2도 기준은 위험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탄소 감축을 이뤄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 조 바이든 제59대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br /><br />
▲ 조 바이든 제59대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정 재가입과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등 트럼프의 결정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정 재가입과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등 트럼프의 결정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두르는 탄소 감축·재생에너지 확대

세계 각국은 탄소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트럼프가 기후위기를 부정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미국의 에너지 전환은 이뤄지고 있다. 2010년 530기였던 석탄발전소는 최근 10년 내 317기를 폐쇄했다고 한다. 가스발전소는 2035년 이후 태양광과 풍력에 밀려난다는 전망이 있고, 현재 석탄은 태양광과 풍력보다 경쟁력이 뒤처진 상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수입 상품에 탄소조정관세 부과와 쿼터제(물량 제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이를 수용할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 100일 안에 기후정상회의를 열고, 청정에너지 산업에 4년간 2조 달러(2200조여 원)를 투자한다고 한다. 관용차 300만 대와 모든 버스를 전기차로 바꾸고,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를 만든다고도 한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했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감축 68%가 목표다. 2025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2030년부터 휘발유차·경유차 판매를 금지한다. 런던시는 도심지에 초저배기가스구역(Ultra Low Emission Zone)을 둬 기준에 못 미치는 자동차 운행을 제한한다. 통행료가 2006년 이전 생산한 휘발유 차량은 12.5파운드(1만 9000원 수준), 2015년 이전 생산한 3.5t 이상 화물차와 5t 이상 버스는 100파운드(15만 원 수준)라고 한다.

중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꿈 같은 일이지만, 이렇게 가고 있다. 2060년 탄소중립 선언도 했다. 베트남으로 석탄발전을 수출하는 것도 포기했고,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 금지를 약속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걸었다. 탄소국경세도 도입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당선 당시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고자 싸우는 데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것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와 관련돼 있다. 우리는 행동할 의무가 있고 선도할 힘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추가한 개헌을 계획하고 있다. 헌법 첫 번째 조항에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생태계 파괴를 범죄로 규정하려고 한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지상주차장 절반가량인 6만 개를 없애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시내 전역 자동차 속도 30㎞ 제한, 초고층 개발 백지화, 신축과 재개발 대신 리모델링 우선 등도 약속했다. 사회정의와 환경보호가 경제와 효율보다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세계 흐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빠른 행보를 보여야 한다.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가 61개국 가운데 58위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226개 지방정부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등 덕분인지 53위로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 시민네트워크인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기후악당국가' 오명을 쓴 한국도 '비약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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