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문집에 3년의 시간 성찰한 글 가득
자기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게 성장의 증거

졸업문집을 펼치자 발간을 맡은 편찬위원회 학생들이 쓴 첫 문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세종중학교에서 3년간 꿈을 이룬 우리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어서 의욕에 가득 찬 다음 문장이 나온다. "세종중학교의 전통은 졸업을 앞둔 시기에 자신의 성장과 성찰의 결과를 글로 써서 졸업문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숙명을 우리 스스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써낸 글들은 편찬위원회의 의욕과 열정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래서 좀 나은 글은 스스로 고치도록 안내하고, 보통이다 싶은 글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를 더욱 풍부하게 적고, 그때 느낀 감정을 더욱 상세하게 쓸 수 있도록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좀 부족한 글은 식상한 주제 대신 자신의 진솔한 경험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는 주제로 바꿀 수 있도록 도움말을 건넨다. "왜 자기가 쓴 글을 안 읽어보고 그냥 내냐?"고 하소연하다가 "그럼에도, 우리 친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자기를 돌아볼 수 있다는 건, 이미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졸업문집은 아이들의 성장으로 가득한 숲이자 미로이다. 2학년 막바지에 친구들 후배들과 함께 과학동아리를 만든 강원이. 후배들이 자신이 원하는 실험을 해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비스무트 결정 만들기 실험을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실험을 하기 전 안전수칙도 알려 준다.

"마치 내가 전문가가 된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 사전조사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관심이 물질이나 화학 쪽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감동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 아이들이 감동과 마주할 기회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어떻게'에 해당하는 세세한 고민과 배려는 선생님들의 몫이다. 모둠별 활동을 펼치는 DIY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은 이렇게 변했다. "우리 모둠이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는 서로 갈등이 있었지만 수학여행을 가서는 서로 단합하여 싸우지 않고 활동을 한 것이 신기하였고, 이 수학여행을 계기로 모둠 활동을 할 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의견을 공유해야 모두가 좋아하는 모둠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직업과 관련된 마인드맵 활동을 하다가, 선생님의 한마디에 자신의 꿈을 결정한 학생도 있다. "그렇게 꿈이 생기니 너무나도 신기했다. 선생님들이 나를 이끌어준 것처럼 나도 미래 아이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중학생이 되고부터 "일부러 센 척을 하고, 관심을 받기 위해 춤도 추고, 이야기를 할 때 끼어서 같이 이야기"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세종이 낳은 명MC'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건널목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하여 UCC를 촬영하기도 하고, 공연을 앞두고는 점심시간을 활용하며 1분 1초라도 쉬지 않고 연습을 한다. 배려와 나눔이 욕심으로 얻은 용돈보다 더 큰 보물임을 깨달았다고도 하고, 코로나19라는 벽에 부딪혀 계획한 것들이 취소되는 어려움을 겪고도, 오히려 평소에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는 기회를 얻었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한다. 이 아이들이 붙인 졸업문집 이름은 〈JUMP UP〉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