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온 마을이 키우는 아이'
방과 후 상상놀이터 공동 운영
인문학 강좌·소모임 활동 활발
동동회관은 주민 사랑방 역할

넓게 펼쳐진 모래 해변과 아름다운 남해 풍광을 간직한 남해군 상주면 은모래비치. 이곳 인근에 면 단위에서는 보기 드문 실내 놀이터가 있다. 33㎡ 남짓의 아이들을 위한 쉼터이자 돌봄 공간으로 일명 '상상놀이터'라고 불린다. 상주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대도시와 달리 방과 후 마땅하게 놀이시설이 없는 시골마을이기에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상상놀이터를 항상 찾는다. 아이들은 상상놀이터에 준비된 여러 가지 놀이나 미술, 요리, 보드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제공하는 간식도 나눠 먹는다. 공예교실 등 마을 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017년 문을 연 상상놀이터는 후원 등을 통해 무료로 운영된다. 마을 주민의 자발적인 봉사활동과 상주중학교 학생들이 조직한 '동고동락' 봉사동아리의 적극적인 참여도 상상놀이터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상상놀이터 바로 옆 건물에는 2년 전 문을 연 '동동회관'이 있다. 상상놀이터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동동회관은 어른을 위한 소통·놀이 공간이다. 카페와 식당으로 꾸며진 동동회관은 마을주민들의 소모임이나 마을 주민 대상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내부 구조는 식당이나 카페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주민을 위한 인문학강좌, 소모임과 동아리 활동, 모임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마을 주민이 자연스럽게 모이다 보니 지역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 '아이들과 동네 한바퀴' 행사를 하고 기념 사진을 남겼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 '아이들과 동네 한바퀴' 행사를 하고 기념 사진을 남겼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상상놀이터와 동동회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사장 이종수·이하 동고동락조합)이다. 상주초중학교 학부모와 교사, 지역 주민 등이 주축이 돼 2017년 4월에 창립된 동고동락조합은 서울과 창원 등 타 지역 시민 등도 참여하면서 조합원이 180여 명으로 늘었다.

동고동락조합 목표는 창립선언문에 잘 드러난다.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을과 학교 구성원이 함께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고자 한다. 이에 우리는 상부상조의 협동조합 정신과 삶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동고동락의 공동체 정신으로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동고동락조합은 마을, 학교, 주민과 연결해 공존의 삶을 추구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한 경제적 자립과 교육공동체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상상놀이터와 동동회관은 그러한 목표를 행동으로 옮긴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상주중학교가 2016년 대안교육특성화중학교로 바뀌면서 아이들을 이 학교에 보내려고 귀촌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그 학부모를 중심으로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인 동고동락을 만들었다. 상주면에서 살면서 마을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게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속 가능한 마을이 되려면 마을과 학교가 함께 살아야 한다."

인구 감소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시골 학교가 살아나면 인구가 늘고 지역 마을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이종수(52) 이사장은 강조했다.

▲ 왼쪽부터 김미애 사무국장, 동동회관 김현신 매니저, 이종수 이사장, 안병주 전 이사장.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 왼쪽부터 김미애 사무국장, 동동회관 김현신 매니저, 이종수 이사장, 안병주 전 이사장.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실제로 변화가 일어났다. 학생과 귀촌 가정이 늘면서 인구소멸 위기인 남해군에서 상주면만이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했다. 그리고 동고동락조합은 2019년 경남도가 처음으로 연 민관협치우수사례 공유대회에서 교육을 통한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 조성을 주제로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도 올렸다.

지역 원주민의 참여를 더 늘려야 하는 점은 해결할 과제다. 다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상당수 원주민의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고 동참하는 원주민은 우호적으로 바뀌어 앞으로의 변화는 희망적이다.

이종수 이사장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가공해 경제적 기반을 다져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상주지역을 교육 중심 마을로 조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고동락은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라는 목표가 있어서 공익성이 강한데 올해 중점 사업 중의 하나로 협동조합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특히 남해군과 함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관련 인생학교를 상주지역에 열려고 한다. 학교가 살아야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지역이 살아남으려면 특색 있는 그 지역의 장점 등을 살려야 한다. 이 지역은 자연환경이 좋아서 다양한 캠프 프로그램이나 교육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인생학교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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